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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Mar 02. 2023

20.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수영 03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20

20. 맨몸운동의 매력이란 - 수영 03


외국에서 귀국한 후, 뒤늦은 졸업을 했다. 회사생활에 치이고, 같은 날이 반복될수록 해외에서 온종일 수영하던 때가 사무치듯 그리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수영은 러닝과 닮은 점이 참 많다. 시작하기 전엔 뭔가 생각이 가득 차 있는데 막상 다 하고 난 뒤 머릿속은 표백한 듯 깨끗하고, 세척한 듯 말끔했다.

그 기분을 알아서 인지 한강을 달리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 마치 삼시세끼 김치와 찌개 없이 쌀밥을 먹는 느낌 같았다.


그렇게 지내던 시간이 꽤 흐른 뒤에 엄청난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집에서 5분 거리에 구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알아낸 정보로는 수영장 신청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한다. 온라인 신청을 받기도 하는데 오프라인으로 접수받는 비율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청하기도 전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수강신청기간과 시간을 확인하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회사에서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수영얘기만 떠들어 댔다. 이미 내 마음은 크리스마스의 산타가 줄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들떠있었다.


드디어 그날이다. 아침 9시부터 신청접수를 받는다고 하니 좀 더 서둘러 8시 30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마치 국가고시 시험장처럼 사람이 많았다. 번호표를 발급받았다. 수영수강신청인데 번호표가 웬 말인가? 망했다. 내가 받은 번호는 93번이었다.


앉을자리도 없어 주변을 서성거리며 초조하게 내 번호가 호명되길 기다렸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남은 자리가 있을까? 설마 전부 수영을 신청하는 사람들인 건가? 회사에 지각하면 어쩌지? 여러 생각에 휩싸였다. 그리고 9시가 좀 넘었을 때쯤, 드디어 내 순서가 됐다.


다행히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수영을 갈망한 것은 아니었다. 수영은 아침 6시와 7시,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시간대에 듬성듬성 남은 자리가 보였다. 예상대로 괜찮은 시간대는 진작 마감이었고, 그나마 남은 선택지 중에서 결정해야만 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고민할 수 없었다. 내 뒤에 서있는 사람들이 마치 으르렁대지 않는 이리떼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나도 내 앞의 사람을 그렇게 쳐다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압박 속에서 나는 오전 7시에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아침에 7시 수업을 듣기 위해선 6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 오히려 잘 됐다. 게으른 나에겐 좋은 자극제다.


그러나 이게 무슨 신의 장난일까. 몇 번 가지도 못한 수영장은 코로나로 인해 잠정 연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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