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9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유형에는 꽤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매일 세밀한 지도를 받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연습했으며, 체력의 회복을 위해 영양섭취도 부지런히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적어도 자유형만큼은 천천히 간다면 쉬지 않고 한두 시간쯤은 너끈히 해낼 수 있게 됐다.
그쯤 되니 슬금슬금 다가온 친구들이 넌지시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는, 한국으로 치면 한강정도의 거리를 건너는 대회가 매년 개최됐었다. 바로 그 대회에 참가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이었다. 나는 '못할 것도 없지' 라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미 자신감이 판단력을 지배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가신청기간이 다가와도 아무런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마냥 소극적으로 대회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대회의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친구는 우리가 기다리던 그 행사가 이례적으로 취소됐다는 기사를 보여줬다. 내용인즉슨, 그 해에 절묘하게도 이상기온으로 인해 해수온이 낮아지면서 위험요소가 발생하는 바람에 취소가 불가피했다는 기사였다. 위험요소가 뭐가 그리 대수냐며 옥신각신했지만 친구의 부연설명에 모두는 조용히 그 말에 수긍했다. 바다의 수온이 낮아지면 상어의 서식기간이 연장되면서 습격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그 한마디는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상상하게 했다. 끔찍했다.
어쨌든 한바탕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때 취소됐던 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 바다수영은 내가 배운 일반 수영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수영에 대한 대비는 전혀 안 돼 있었으므로 대회의 취소는 신이 정신차리라고 하사하신 작은 선물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때 수영했던 순간들은 몹시 그리웠다. 국내에서 바다나 섬에 살지 않는 이상, 특히 서울에서는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수영강좌가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신청한 것을 제외하곤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