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8
내가 공식적으로 수영을 처음 접한 것은 20대 중반이다.
타국에서 잠깐 생활했었는데 그때 머물렀던 아파트에서 수영을 처음 배웠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창밖으로는 무역항이 한눈에 보이고 반대쪽은 통유리가 있는 복층형 구조의 꼭대기층이었다. 그리고 그 아파트의 1층엔 헬스장과 테니스 코트, 그리고 실내수영장이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가격에 비해 굉장히 럭셔리했던 곳이었구나 싶다). 물론 입주자 전용이다.
다른 운동시설보다도 내 관심은 오로지 수영장 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수영을 전혀 못했던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멋지게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마음 한편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 아파트를 계약했던 이유는 수영장이 옵션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파트의 수영장이라고 해봤자 굉장히 직관적이고 투박했다. 폭은 대략 3미터, 길이는 20미터 정도의 작은 규모의 실내 수영장이었다. 3미터의 폭은 계단식이었다. 절반은 수심 1미터, 나머지 절반은 2미터였다. 수영을 이런 곳에서 처음 배운 터라 훗날에도 수영장이라는 공간을 떠올릴 때면 난 항상 이곳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이 작은 수영장에서 내가 배운 영법은 단 한가지, 자유형이었다. 그거 한 가지만 주구장창했다. 나에게 수영을 가르쳤던 사람들은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한 명은 인명구조사였고, 다른 한 명은 그냥 물개였다. 기초부터 시작한 교육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수중캠으로 자세까지 봐주면서 열과 성의를 다해 지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물과 친해질 수 있었다. 수영실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생각해 보면 개인종목이야말로 체력으로 마냥 밀어붙이는 게 그나마 가능하지 않나 싶다. 팀스포츠는 체력이 떨어지면 교체도 가능하고 팀원들 간의 전략이나 의사소통도 필요하다. 그 때문에 훨씬 복잡하고 입체적인 기본옵션이 요구된다. 그에 반해 개인종목은 좀 더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치를 개인의 의지와 능력으로 일궈낸다. 순도 높은 개인역량이 더욱 우선시 되는 점이 큰 차이로 여겨진다고 느낀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당시의 나는 어떤 운동을 하던 기술은 없고 체력과 전투력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이 자유형을 이름 그대로 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바로 수영장을 갔다. 그리고는 배가 고플 때까지 쉬지 않고 헤엄을 쳤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는 일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의지와 젊음, 체력과 환경의 조합이 멋진 결과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