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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04. 2023

03. 술... 좋아하세요? - 와인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03

03. 술... 좋아하세요? - 와인


불행인지 다행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대다수의 술에는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아니야. 너 잘 알잖아. 그거 불행이야...). 정확히는 알코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술을 좀 마신다고 한들 쉽게 취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도 아니며, 주사가 있더라도 잠자는 게 전부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요즘엔 맥주 이외에 와인이란 술을 마셔보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요즘은 아니고 족히 몇 년은 됐다. 주류트렌드가 변하면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와 와인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니.

이렇게 접근성이 낮아진 탓에 와인을 향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몇 권의 와인관련 책을 읽어본 내 결론은

와인? 일단 마셔봐야 안다.



내가 느끼는 와인의 매력 중 하나는 '종류의 다양성'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형마트나 와인샵에만 가더라도 엄청난 종류의 와인이 즐비하다. 아마 매일 한 병씩 다른 종류를 마셔도 족히 몇 년은 걸릴 만한 수량이다. 이런 다양성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길면서도 읽기 어려운 이름 탓인지, 나의 머릿속의 이미지 탓인지, 여전히 고상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은 쉽게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호기심이 강한 나의 눈앞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펼쳐진 세계가 달려든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매우 위험한 영역임은 틀림없다.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말이다.


와인의 또 다른 매력은 와인끼리의 맛의 편차가 대단히 크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맛이 그 맛이다'라는 말과 다를 것 없는 이 사실이 나에겐 꽤 도전적이고 매력적이다. 어떤 때는 혀로 '틀린 맛 찾기'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조사별 생수의 맛이라던가, 소주 맛을 구별하는 것보다 난이도는 훨씬 낮게 느껴지지만 맥주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말로 그 맛이 그 맛이었다면 금세 흥미를 잃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 미묘한 다름의 차이를 경험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고 느낀 것이다.


다른 주종과 다른 와인만의 차별점은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술에 비해 유독 커뮤니케이션을 활성시켜 준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내 머릿속에서 소주, 맥주, 위스키 같은 술은 혼자서 마시는 이미지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막걸리나 리큐르 같은 술은 일종의 몸의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것은 아마 영화나 소설, 교육에 의해 발생한 연상이미지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위의 술들과 달리 와인이 주는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이 역시 나의 단순한 연상이미지이겠지만) 연회라던가 파티 같이 '함께'마시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항상 이야기가 있는 테이블에 보조장치 또는 소품 같은 느낌이 든다. 와인을 혼자 마신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받는 와인선물은 가능하다면 선물을 준 사람들과 함께 마시려고 한다. 이 말은 곧 와인 선물은 언제나 환영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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