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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06. 2023

04. 술... 좋아하세요? - 소주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04

04. 술... 좋아하세요? - 소주 01


내 기억 속의 첫 소주는 이상하게도 미취학 아동기였다. 나이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친척 결혼식에 갔었다. 예식 후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벌어진 일이다. 빨간 음식을 하나 집어 먹었는데 하필이면 그게 엄청나게 매운 음식이었던 것이다(이 사건 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도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매운맛이 느껴질 때는 이미 늦었다. 시야가 땀과 눈물로 뿌옇게 된 채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허겁지겁 물을 찾았다. 그때 작은 맥주잔에 들어있는 물 한잔을 발견했다. 단숨에 들이켜 버린 나는 그것이 소주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첫 블랙아웃을 겪었다.


이후 소주를 마시게 된 두 번째 사건은 고3 때였다. 졸업이 다가올 무렵 아버지께 주도(酒道 : 술자리의 예절)를 배운 것이다.

술상을 가져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드디어 때가 왔군'이라고 생각하며 아버지와 대작을 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예절과 술자리에서 지켜야할 나름의 규칙을 알려주셨다. 그 규칙들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잘 지켜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있지만 사실 난 술을 많이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가르침 중에는 자고로 술이란, 마실 때 보다 마시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셨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과음을 하면 다음날의 일정에 여러모로 지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지만 우리 가문의 DNA는 친가와 외가 구분 없이 술을 적당히 잘 받아들이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DNA의 성질과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한데 섞여 아직까지 술을 마시고 크게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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