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다.
바람이 시원한 듯 조금 쌀쌀한 듯 불고
햇살이 밝아 세상이 쾌적하고 선명하다.
자연스레 온몸으로 행복감을 느끼다
문득 쓸쓸해진다.
이것은 날씨 탓이 아니다, 날씨만 좋은 탓이다.
속상한 탓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를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는
내 안의 어떤 것들이.
누구는 그것이 떠나보낸 가족일 수도,
그리운 전 연인일 수도,
자리잡지 못한 나의 상황일 수도.
여름엔 너무 더워
겨울엔 너무 추워
생각날 겨를 없었는데
가을이 되어 날씨가 좋으니
문득 생각나기 얼마나 좋을까.
나무에 걸려 높이 한껏 뽐내던
화려한 단풍들이
얼마 지나 낙엽으로 떨어져
발에 밟히는데
지나갈 것을 아는
찰나의 아름다운 가을
그래서 가을을 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