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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교달 Nov 07. 2021

인생은 새옹지마인 것을

일희일비하지 마시오.

"아아아악!!!"


딸내미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은 저녁을 먹은 후 각자 방에서 과제며 일을 하던 시간이었다. 이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은 딱 두 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 번째, 방탄 오빠들이나 애니메 스토리에 푹 빠졌을 때. 

그리고 두 번째, 자기 아닌 다른 생명체가 방 안에 있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 방탄 오빠들의 '인더숲' 방송은 이미 끝이 났으니 이유는 단 하나. 만화로 기쁘거나 벌레에 놀라거나.

며칠 전 작은 바퀴벌레 시체가 자던 이불에서 발견된 후 거의 외상증후군에 걸렸다며 방역 아저씨를 불러달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살아있는 바퀴벌레가 공부하던 책상 위에 나타난 것이다.


뛰어나온 딸을 뒤로하고 바퀴벌레 약을 들고 방으로 진입, 스프레이를 뿌리니 약기운에 취한 바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픽 쓰러진다. 베트남의 바퀴는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사이즈도 있고, 연한 갈색의 작은 것이 있는데, 어떨 땐 바퀴가 아닌 것도 같이 보인다. 한국의 그것 하고는 사뭇 다른 형상. 


어쨌든 딸은 방역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는 자기 방에서 잘 수가 없단다. 그래서 결론은 엄마와 함께 자기!

사춘기로 자기 굴에서 나오지 않던 딸아이가 엄마와 함께 자겠다니, 이게 웬 호사인가!

그렇게 이틀을 내리 강제 합방을 하면서 딸과 나는 갑자기 친해지기 시작했다. 항상 독한 말을 하고 방 안에서 나오지 않던 그 아이가, 웃으며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함께 밥을 차렸다. 작은 바퀴의 등장으로 나는 사춘기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주, 나는 기뻐서 잠을 설칠만한 일이 있었다. 전 세계 교사를 연수시키는 연수자 훈련에 선발되었다. 워크숍 리더가 되다니, 교사에서 한 단계 상승한 것 같은 기쁨에 여기저기 자랑 아닌 자랑도 좀 했다. 그런데, 그 후 첫 미팅 하루 만에 가면 증후군이 생겼고, 이번 주 주말에는 또다시 잠을 설쳤다. 다음 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데, 발표할 주제를 정하고 마인드맵과 PPT를 월요일 오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외국 선생님들 앞에서 실제 발표를 시연하게 된 것이다.


인생도 그런 것이겠지.
새옹지마(塞翁之馬)처럼, 변방의 노인의 말은 화가 될 수도 ,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거늘.


기쁘게 생각했던 워크숍 리더일은 혹독한 훈련의 산을 넘어야 하도록 나를 채찍질하고, 화들짝 놀라게 한 바퀴벌레의 출현은 나와 딸을 친근하게 만들 것을 나는 그 순간에는 몰랐다.


그러니 인생의 기쁨과 슬픔에 맞춰 널뛰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모른다. 그 순간에는.

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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