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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2. 2016

사랑이라고 쓴다

나른한 오후에 개미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날씨도 덥고 따분한 이 오후에 뭐 재미난 일 없을까?"
"매스 게임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무슨 주제로?"
쏙닥쏙닥 회의가 계속되더니 뭔가 결정이 된 듯하다. 

"우리가 검은 색이니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노란 도화지를 찾아보자!"
"바로 이거야!"

개미들이 찾아낸 커다란 호박꽃은 아주 안성마춤이었다. 
질서있게 줄지어 올라가서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
(여러분은 무슨 글자인지 보이시나요? 개미 나라 말이라.. 쩝!)

"사람들이 이 글자를 읽을 수 있을까?"
"알게 뭐야, 마음이 청결한 사람은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왜 사람들은 다 따로 노는 거야? 같이 있는 것 같아도 알고보면 다 자기만 생각하는 게 분명해!"

"우리가 개미인 게 감사하지....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행복해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점점 불행해져가고만 있잖아!"

"그래 맞아, 부족하고 불편해도 우리가 훨 낫지!"
"우리는 뭐든 함께 하잖아!"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전하는 메세지를 잘 알아듣고 좀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게 다 자신들이 초래한 자기 몫이야!"


***

이 개미들은 한 여름에 부모님이 경작하시는 텃밭에 놀러갔다가 만난 친구들이다. 그 더운 날에 나는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매스 게임하러 나온 건 아니었다. 촉수로 찾아낸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 호박꽃에 가득찬 꿀을 따러 온 것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그냥 꿀을 땄으면 가지고 내려가면 될텐데, 계속 몸을 부딪히며 뭔가를 나누는 것같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개미가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렇게 수도 없이 나누는 모습은 의외였다.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게 소통에 있었던 건 아닐까?'

개미들이 우리 인간을 보기에 불쌍하게 생각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가 만든 각종 사회제도와 문화와 온갖 과학의 산물들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았기때문이다. 

며칠전 병원 전산망에 문제가 생겼었는데 그 것이 해결되기까지 걸린 몇 십분동안 외래뿐만 아니라 환자가 입원해있는 병동까지 포함해 온 병원의 업무가 일시에 마비가 되었었다. 종이 차트가 없어져서 너무 편리한 환경 속에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생겼을 때 속수무책으로 아무 손을 쓰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의 참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사랑하자, 더 많이 존중해주고 마음을 나누자, 이 세상은 나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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