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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2. 2016

이건 구름이야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

저기 보이는 산들은 울긋불긋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져있고, 그 앞에는 멋진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저기 보이는 것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연기일뿐이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 가을 산을 보겠다고 차를 몰고 가다가 막다른 길에 막혀서 차를 돌려야만했다. 그 곳에는 커다란 공장이 있었는데, 마침 아침 작업을 하는지 굴뚝에서 흰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아름다운 산을 두르는 흰띠는 마치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운무와 같은 놀라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설명을 듣지 않고 저게 굴뚝의 연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진을 찍다보면 내 사진인데도 나 자신도 신기하게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을 간혹 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무늬와 패턴들은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답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게 무엇을 찍은 건지 알기가 어려울 경우도 있지만, 그 곳에서 사방을 다 둘러보고 피사체를 찾아 거리와 촛점을 맞춰서 사진을 직접 찍었기 때문에 나는 그게 무엇인지를 잘 안다.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저게 무엇무엇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좀 우습다. 
얘기만 들어봐서는 일리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대다수 사람이 그 것에 동의하고 인정해버린다면 그들 모두는 더 큰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사진에 보이는 하얀 것이 구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 사진을 찍은 내가 듣기에 얼마나 황당하고 우스운 얘기로 들리겠는가?

사물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우리의 지능과 감각 체계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 한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했다가 알고보니 그게 아니어서 낭패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버릇은 고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며 구름이라고 우기는 대다수 사람앞에서 나는 갈등을 한다. 
'그냥 구름이 맞다고 할까? 아니면 구름이 아니고 연기라고 사실대로 말해줄까?'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구름이냐 연기냐 하면서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진을 빼고 싶지는 않다. 
나는 서로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필요하다면 내가 찍은 이 연기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구름으로 본 것도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 말 한마디로 누군가 치유가 되고 덕이 세워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러나 꼭 한가지는 잊지 말자.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꼭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전부도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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