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Mar 22. 2016

나무에 사는 물고기

가을이 한참 절정을 이룰 때 어느 계곡에 간 적이 있었다. 노란 은행나무 잎이 눈같이 사방에 휘날리며 나무들은 겨울을 맞이하려는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맑고 푸른 조그만 시냇물에는 낙엽이 떠다니고, 바닥까지도 훤히 보일 그 물결 속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줄기 빛이 비치는 그곳에 유난히 많은 물고들이 있지 않은가?
거기가 밝아서 물고기가 많이 보이나 해서 한참을 유심히 보았는데 역시 빛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무성한 수풀 사이로 한줄기 빛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으니, 이 물고기들이 웬 횡재냐 하면서 이곳에 달려들었으리라. 

우리는 죄가 많아 어두운 곳을 찾아다닌다. 
분위기 좋은 곳이라고 부르는 곳이 밝은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현대인이 비타민 D를 일부러 먹어야 하는 이유는 햇빛을 쏘이는 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차단해서 피부를 보호하려는 노력 때문이라도 비타민이 합성될 기회를 늘 잃는 것이다. 
물론 햇빛에 많이 노출이 되면 피부에 각종 해로운 병이 생길 수 있지만, 적당한 빛을 쪼여주는 것을 우리 몸은 원하고 있다. 

가지에 사는 물고기들은 특히 빛이 비치는 가지를 찾아 움직인다. 
우리의 의지도 밝은 곳을 향해 우리의 상처와 치부가 드러내도록 해보자. 
두려워도 막상 빛에 맞닥뜨리게 되면 기쁨이 올 것이다. 
후련하게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보다 멋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애초에 빛 아래서 살아가게 만들어진 피조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잎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