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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3. 2016

오묘한 수술과 암술

산책을 하다가 어느 집 대문 옆 조그만 화단에 심긴 크고 화려한 꽃을 보았다. 

모란 아니면 작약인데, 그 구분법을 여러 번 읽어보고도 구분이 쉽지 않다. 


일단 모란은 목단이라고 하기도 하고 나무이며, 작약은 다년생 풀이다. 

둘의 큰 차이는 이파리에서 나타난다. 

모란의 이파리는 삼엽이며 앞 표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에는 털이 있으며 흰빛이 돈다. 

작약의 것은 어긋나며 잎 표면에 광택이 난다. 

꽃 모양도 큰 차이가 있는데, 모란은 화려한 겹꽃인데 작약은 홑겹이다. 


그래서 이 꽃은 모란꽃이었다. 

두 꽃이 비슷한 시기에 피는데다가 모양도 비슷해서 늘 혼동이 된다. 


어떤 사람이 써놓은 글을 읽어보니, 세상이 하도 심란하게 돌아가서 꽃을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산다고 하였다. 꽃은 바라볼수록 오묘하다. 기하학적인 모양도 멋지지만, 암술 수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조화(Harmony)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게 해준다. 그 속에 씨앗을 만들어내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이 꽃이 지더라도 암울하지 않는 것은 시들어 버린 꽃잎이 떨어지고 나서 열매가 맺히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씨앗의 잠재력을 알기 때문에 지금 비록 작고 볼품없어 보여도 함부로 무시하거나 경홀히 여기지 않는다. 


지금 내 앞에 놓인 못난 씨앗 하나를 장치 피어날 아름다운 꽃으로 바라보자.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렇게 한 것이 얼마나 지혜로웠던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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