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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Apr 08. 2016

다 이유가 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주라

지난여름 뜨거웠던 도시의 열기를 피해 양평에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집 뒤편 나뭇가지에 꼬리를 바짝 들고 오랫동안 서 있던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내가 아는 잠자리의 쉬는 모습은 날개를 약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수평으로 앉아있는 것인데, 이 놈은 유독 꼬리를 높게 쳐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아주 더운 날에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잠자리의 현명한 노하우였다. 

저런 자세를 취함으로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가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유별나게 원칙을 따지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도 없는데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사람, 몇 푼 안 되는 돈을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애쓰는 사람, 남들이 다 저쪽으로 갈 때 이 쪽에 머무르는 사람, 이유도 없이 남에게 마구 퍼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왜 저러고 있는가 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훈계 아닌 훈계를 하려고 든다. 


"날도 덥고 힘든데 왜 꼬리를 쳐들고 있는 거야? 그냥 편히 쉬어. 내가 봐주는 게 더 힘들어..."


하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내가 그렇게 따라 하지는 못할 망정 그런 기괴해 보이는 행동에 대해 존중을 해줘야 한다. 도리어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도 부족할 판에 알지도 못하고 깎아내리기만 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그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존중하자. 

그가 내 인생의 스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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