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고 있다. 사람들은 이 나무가 생강나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언뜻 봐서는 산수유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확실히 알면 쉬운데, 이맘때 피는 노란 꽃나무는 산수유라고 생각하기 쉽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노란 동백꽃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생강나무 꽃을 말한다. 김유정의 고향이었던 춘천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 나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생강나무에는 생강이 열리지 않는다. 다만 잘라낸 가지에서 알싸하고 톡 쏘는 듯한 나무향이 나는데 이 냄새 때문에 생강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위의 소설 대목처럼 생강나무 꽃은 향긋하면서도 알싸한 냄새가 난다. 한번 그 냄새를 맡아보면 이 글이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떻게 두 나무를 구분하는 지를 알아보자. 나무껍질이 일어나 더덕더덕 붙어있는 산수유와 비교적 매끈한 생강나무의 차이를 보고도 구분할 수 있다. 좌우 두장씩 있는 사진 중 오른쪽 것이 생강나무 꽃이다. 꽃 모양을 보면 동그랗게 꽉 차 있는 것은 생강나무이고 가느다란 가지 끝에 공이 매달린 모양을 한 것은 산수유나무이다. 더 확실한 차이는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수유는 꽃잎이 네 장이고 생강나무는 다섯 장이다.
이런 차이를 안다면 누구든지 정확하게 두 나무를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봄에 잘 아는 친구와 산에 오르다가 노란 꽃이 가득한 나무를 발견했다. 내가 생강나무라고 설명했지만, 그 친구는 끝까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확고한 산수유나무에 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는 나도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결론을 못 내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너무 피상적인 것뿐이다. 내가 아무리 날고 기는 전문가라 해도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 안다 해도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것들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확실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일말을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