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깊은 산중에서 햇빛을 머금은 진분홍 꽃 색깔은 가슴을 뛰게 만드는 감성을 지닌 색을 자아낸다.
가지 끝에 봉긋 솟은 진달래 꽃봉오리를 보았는가?
그 색이 짙다 못해 마치 자주색처럼 보이고 꽃이라기보다는 붓으로 한점 찍어낸 수려한 점 같은 꽃봉오리가 가지가지마다 맨 끝에 오뚝 솟아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진달래 꽃 봉오리
봄이 언제 오나 푸념 섞인 한숨소리
저벅저벅 추욱추욱 겨우내 쌓은 낙엽을 헤지고
헉헉 산을 오르다가
저기 깊은 산 허리춤에
잿빛 나뭇가지 속에 수줍은 반딧불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희망
새로 꺼낸 화선지에
짙푸른 자주색 물감을 찍어
서너 군데 톡톡 찍어낸 붓 자국
볼품없는 앙상한 가지마다 매달린 분홍 아이들
아직도 차가운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살그머니 벌어질 아기별
점 하나에 내 마음 싣고
점 둘에 세상 풍파 담아
칙칙해져 버린 세상을 밝힐 구세주가 피어날
바로 그 시간에
모든 걱정 떨쳐버리고
낙원에 있으리라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진달래꽃의 화려함이 있기 전에 가지에 매달린 꽃봉오리의 존재를 기억해야 한다. 모든 일은 기본이 있기 마련이고 순서와 절차가 있다. 반드시 거쳐야 할 시간을 기다리면 그 화려함이 온천하에 드러날 텐데, 그 점 하나의 가치를 몰라보면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람이 불어 이리저리 부딪히고 때로는 상처를 입더라도 그 찬 바람이 불어야 봉오리는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게 몰아치는 겨울의 끝자락을 느끼게 한 칼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가? 그것은 감사할 일이다. 이제 곧 영광의 순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