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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1. 2016

고독을 씹는 자를 위하여

여기는 일본이다. 
이른 아침 다들 분주한데, 이 남자는 잡지책 하나를 들고 저렇게 의자에 앉아있다. 
남자가 택한 자리는 16자리 중 앞줄의 맨 왼쪽 끝이었다. 
거기서 얌전히 앉아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후가 되면 이곳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차를 한잔 마시는 자리로 변할 것이다. 

이 남자에게 지금의 이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저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지금 보내는 이 시간에 그의 내면은 온갖 생각으로 꿈틀댄다. 이 자리에서 일어서면 분명 좋은 결단을 하였을 것이다. 

이 남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높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는 눈이 있다. 
그는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알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잠시나마 그에 대한 스쳐가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현대인이 겪는 고독은 공동체성 결여에서 시작된다. 
같이 사는 것 같아도 그들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혼자이다. 
서로 돌보아주고 섬기는 일은 자기에게 돌아오는 유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절대로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니다. 
남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대가 없이 내가 먼저 손 내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자기는 혼자여만 한다. 그렇게 남겨서 홀로 고독을 씹는다. 
마음이 아련하고 쓰려온다. 
열심히 살아보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세상이 아니라 돈으로 얼룩진 냉혹한 경제 원리만  남아 있다. 오늘날 우리의 안위를 책임져주는 것은 신(神)이 아니라 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이 싫지만, 날이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이 휘몰아치는 물결을 확 돌려버리고 싶지만, 몇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당신도 지금 고독함 가운데 있지 않은가?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돈의 가치에 뺏겨버린 공동체의 사랑을 회복해야만 한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혼자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런 한사람 한 사람이 서넛 모여서 이룬 공동체는 현대인의 냉기를 씻어낼 타오르는 불꽃이 될 것이다. 
암울한 세상에 그 빛이 어두워져 가고 사랑이 식어갈 때,
지금 저기 홀로 앉아 고독을 씹고 있는 저 사람에게 다가가서 다정히 말 한마디 건넬 당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 온기가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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