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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Aug 22. 2016

부처 바위냐? 기도 바위냐?

산등성이에 한 사람이 앉아있다.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의 한 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불교도가 전국민의 53%인 이 나라에서는 이 바위를 부처바위라고 부른다. 


우리 일행을 인도한 나의 지인은 테를지 국립공원내 잘 닦아진 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저 먼산위의 산등성이를 바라보라고 주문했다. 그저 평범한 산 같았으나, 저 멀리 산의 스카이라인을 주욱 훑어보다가 사람이 앉아있는 듯한 형상을 발견하였다. 신기하게도 이 모습은 반대편에서는 절대 안보인단다. 꼭 그 자리에 서야만 이 신기한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 바위를 부처바위라 하는데 어린시절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이 쓰인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이 딱 이런 모습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약간 쳐들고 기도하고 있는 예쁜 소녀가 이렇게 보였던 것 같다. 


왼쪽의 그림은 1776년 영국의 화가 Joshua Reynolds가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제목은 'Samuel in Prayer'로 기도하는 사무엘이라는 뜻이다. 기도로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된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그 아이가 젖 떼기를 기다렸다가 제사장 엘가나에게 맡긴다. 어린 사무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내가 듣겠나이다'하며 기도를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을 그린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에 그려져 있는 인물은 소녀가 아니라 기도하는 소년 사무엘이었던 것이다. 


몽골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이 바위를 보고 '기도 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라 생각한다. 


아이 사무엘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도 그 소리가 그가 섬기던 제사장 엘가나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두번이나 잠자고 있던 제사장을 깨웠었다. 그가 '말씀하옵소서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기도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은 놀라운 비밀을 알려주셨듯이 우리는 섣부른 판단으로 발빠르게 행동하기전에 먼저 마음에 새겨 듣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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