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날씨가 너무 더워 푹푹 찌는 덕에 휴가를 가는 호사를 다 누리게 되었다. 휴가라고 해야 어디 가서 숙소 잡기도 힘들고 숙소를 잡더라도 가족이 많아 받아주는 데도 많지 않아서 늘 고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아내의 친척 언니가 지내고 있는 충북 보은의 사과농장에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은하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제 한번 은하수를 볼 수 있기를 고대했었는데, 마침 이번 여름에 그 행운을 맛보게 되었다. 휴가를 내서 찾아간 곳은 충북 보은이었다. 한적한 사과밭 끄트머리에 아담하게 지어진 방갈로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둘째 날 저녁 이 황홀한 우주의 광대한 향연을 목격하였다.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실감하는 이 사진을 잘 보면 정말 빈틈이 없을 정도로 별이 빼곡하게 박혀 있다. 서울에 수십 년 살아오면서 밤하늘에 보이는 손에 꼽을 만큼의 몇 개의 별을 봐도 신기해하면서 반가워하곤 하였는데, 하늘에 이렇게 별이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시기를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이하겠다.’ 하셨는데, 그때 아브라함이 밤하늘에서 봤던 그 별이 아마 이렇게 하늘에 가득했을 것이다.
이 사진들을 몇몇 지인한테 보여줬더니 이게 우리나라에서 찍은 게 맞느냐고 도리어 반문을 해왔다. 그 광활한 우주에서 몇십, 몇백만 년 세월 동안 흘러 우리 눈에 날아 온이 별빛들을 바라보며, 점도 안되어 마치 작은 먼지 같은 크기의 지구에 72억 인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시 살다 갈 이곳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다 보니 아름다운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구 곳곳이 파괴되어가고 있고 지진, 홍수, 가뭄, 엘니뇨 등 재앙이라 할만한 수준의 이상현상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세까지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가졌던 교만함을 이제 떨쳐 버리고 우주의 섭리에 순복 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겠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우리를 편리하게 만든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각종 장치와 제도들은 도리어 우리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
새벽이슬을 맞아가며 몇 시간 동안 바라본 이 하늘을 삶 속에 기억하면서 겸손하게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