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몽골의 초원은 광활하다. 해가 뜨기 전인 6시에 산에 올라보니 말들이 먼저 올라와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몽골의 초원에 자라는 풀들은 키가 클 틈이 없다. 채 자라기도 전에 말, 양, 염소, 소들이 새순이 돋아나는 족족 부드러운 것만 골라서 다 뜯어먹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은 땅에 풀이 우거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자라날 텐데, 기후와 동물들의 식사의 절묘한 조화로 그 넓은 광야가 마치 양탄자같이 다듬어져 있었다.
그 많은 풀들 사이사이에 내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들꽃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생전 처음 보는 것도 있었고 한국에서 봐오던 하지만 모양이 조금 다르고 키가 작은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 피어있는 한송이 꽃은 특별했다.
꽃잎에 빼곡히 매달린 이슬이 마치 영롱한 보석이 가득한 브로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엄지손톱만한 꽃이지만, 그 위에 치장되어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은 막 비치기 시작한 아침햇살을 받아 아름담고 빚나고 있었다.
같이 머물렀던 동료 중에 이 아름다운 모양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뿐이었다.
나는 이 꽃을 보석꽃이라고 불렀다.
남들이 다 잠자리에서 '조금만 더'를 중얼거리고 있을 때 어스름한 새벽을 깨우고 문밖을 나선 발길이 있었기에 이 꽃이 나에게 보석이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한 시간만 늦게 그곳에 갔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또 수많은 동물 떼와 사람들에게 그냥 짓밟혀 버릴만한 이 꽃이 용케도 살아남아서 내 눈에 띄었던 것이 나에겐 큰 행운이기도 하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눈을 가질 때 그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도 남들이 다 잠을 청하고 있는 이른 새벽에 유심히 주위를 돌아보아 보라. 보석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