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꽃인데
꽃은 꽃인데
향기도 없고 꿀도 없으니
꽃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비가 한참을 날고 날아
가까스로 도착한 이곳에
먹이를 구할 꽃은 불과 서너 개
꽃이 꽃이려면
꽃다워야 한다
사람도 사람다워야 한다
2016년 8월의 마지막 날 퇴근하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이 엄지손톱만한 조그만 녀석은 팔랑팔랑 얼마나 귀엽게 날갯짓을 하는지 당장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채 피지도 않은 꽃대 가운데 몇 개 펼쳐진 꽃봉오리를 용케도 찾아 꿀을 빨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사실 이 언덕에는 여기저기 꽃대가 많이 솟아 있었다.
얇게 깔린 잔디 위에 이렇게 솟아오른 꽃대가 눈에 확 띄는 것은 당연하다. 그 곧게 선 모양이 참 보기가 좋아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조그만 나비 한 마리가 어디서 인가 날아와서 꽃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수많은 꽃대 중에 꽃이 핀 것은 서너 개뿐이었다. 이 나비는 여기에서 꿀을 빨고 날아갔다 가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기를 서너 차례 했다. 보라색 예쁜 꽃이 피었어도 정작 꿀을 빨아야 할 활짝 핀 꽃은 얼마 없었던 탓이었다.
아직 덜 핀 꽃을 바라보며 사람이 사람다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겉모양은 그럴듯한데 그 역할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영글지 않은 인성을 더 다듬어 활짝 피어나길 애써야 할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가와서 그 이름을 불러줄 때 소중한 꽃으로 거듭나듯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자신을 더 돌아보고 성숙한 인간이 되길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답다는 것은 참 고귀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러워지고 상처 난 영혼들이 그 길에서 돌이켜 더 맑고 깨끗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들로 세워져 갈 것이다.
이 예쁜 나비 한 마리와 뾰족뾰족 솟아오른 꽃대들을 보며 인생을 생각하니 자연은 또 나에게 교훈을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