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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01. 2017

양귀비의 인사; 눈보라를 이겨내고 솟아나와 더 아름다운

양귀비의 인사


노란색 양귀비가 자주색 예쁜 모자를 쓰고 인사를 한다

아직 어려 활짝 피지도 않은 꽃이 

수줍게 건넨 아침 인사가 햇살을 가르고 세상에 퍼져간다


그래 너를 보려고 고원을 올랐지 

밤새 이슬을 맞으며 어둠을 이겨낸 아가야

지난겨울 흰 눈이 몰아치고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을 때도

땅속에서 이 순간을 기다렸겠지


작은 바람 일어도 살랑거릴 연한 꽃잎이

단단한 껍질을 잘도 벌렸구나

나도 순리대로 살면 너처럼 이겨내려나

단아한 네 모습이 내 마음을 건드는구나



작년에 몽골 출장길에 잠시 들렀던 1700미터 고원에서 만난 양귀비 꽃이다. 이곳에 자생하는 양귀비는 그 키가 불과 15~20cm 정도밖에 안되고 작고 초라하다. 군락을 이루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띄엄띄엄 한 두 송이가 보이는 정도이다. 여명이 동터올 때 산에 올라서 저 건너편 산 위로 해가 솟아오들 때쯤 커다란 바위 밑에서 모자를 쓰고 있는 이 귀여운 꽃을 만났다. 나비가 번데기를 간신히 뚫고 나오는 동안 날갯죽지에 힘이 붙어 나온 지 얼마 안 된 나비도 하늘을 날 수 있다더니, 이 꽃도 한번 활짝 피어보려고 얼마나 큰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잘 살펴보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게 자연이다. 그 가운데는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큰 섭리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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