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 뒤 아침의 여유가 생겼다. 평생 야행성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아침이라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일찍 자도 아침에 눈 뜨기가 그렇게 힘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8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번쩍 떠진다. 내일이 기대가 되서 그런걸까?
회사를 그만두고 루틴이 없으면 펑펑 놀 사람이라는 걸 아는 나는 퇴사 2주 전부터 조금씩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 발행, 한국어 온라인 강사 등록, 영어 공부, 숏폼 브이로그 도전 등등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작심삼일을 막는 나만의 방법은 요일을 정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기'는 미루고 미루기 딱 좋은 계획이다. 열정이 넘치는 월요일에 헬스장에 간 뒤 근육통으로 며칠을 힘들어하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황금같은 주말에 운동을 꾸역꾸역 가게 되는 고통스러운 엔딩.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있지 않으면 스스로 무언가 행동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약속이 필요하다. 오늘의 날씨, 내 기분, 일을 하려는 의지 등이 충족되어야만 회사에 가지는 않지 않은가? 운동을 하고 싶든 하고 싶지 않든, 몸이 버텨만 준다면 일단 가게끔 해야 한다. 하다못해 러닝머신을 속도 3으로 놓고 산책하듯 걷다 와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화요일과 토요일에 브런치스토리를 적어보자고 결심했다. 화요일에는 자유주제로, 토요일에는 호주 생활이 담긴 브런치북을 연재중이다.
사람마다 계획을 세우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특정 시간에 특정 업무를 하도록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같은 경우 그 날의 할 일을 소요시간과 함께 적어놓는다. 순서도 상관없고 몇 시에 하든 상관이 없다. 이건 학생 때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터득한 방법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쭉 집중하다가도 집중력이 낮은 날에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만약 계획이 6시부터 7시까지 국어 1단원 복습하기라고 설정되어 있으면 그 시간동안 머리에 들어오는 건 없고 그냥 꾸역꾸역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는다. 결과적으로 남는 건 별로 없지만. 하지만 국어 1단원 복습하기 (30분 소요 예정), 수학문제집 4쪽 풀기 (40분 소요 예정) 이런식으로 적어놓으면 수학문제집을 풀다가도 국어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오늘 안에 정해진 것만 끝내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계획을 모두 마친다는 점에서 같기는 하다. 그러나 이렇게 했을 때 집중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걸 여러 번 느낀 후로 이 방법에 정착하게 되었다. 조금 더 잘게 쪼개고 순서에 대한 자유를 줌으로써 내가 계획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가.
혹시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데 시작하기가 어렵거나 완벽하기 위해 완료가 힘든 사람들은 그 일의 큰 흐름을 먼저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험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시험범위를 알아야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시작부터 실행 단계까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각각의 소요 시간을 대충이라도 적어보자. 소요 시간이 생각보다 길면 기한을 늘리면 되니 초기 단계에서는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학교나 일과 병행해야 하니 아주 적은 양의 일을 배치하고 주말에는 상대적으로 좀 더 양을 늘려보는 것이다. 달이나 분기로 계획을 세우지 말고 무조건 지킬 수 있는 딱 한 주치의 계획만 만든 후 실행해보자. 결국 추진력은 얼마나 많은 것을 해냈냐보다는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는가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