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대신 작심삼주한 후기

by 루헤 Ruhe

퇴사한 지 3주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루틴도 3주를 채우고 장렬히 사망했다. 요즘의 주요 루틴은 독서, 영어공부, 독일어 어휘 공부 그리고 운동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회사에 다녔던만큼 책상에 앉아있고 싶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계획을 짰다. 그런데 유독 요 근래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뿐만 아니라 추천 컨텐츠들이 많아서 주말에 봐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 다 내 취향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온라인 스트리밍까지 있어서 그야말로 도파민을 풀충전하는 주말이 되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새벽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다 잠들었고 당연히 그 다음 날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을 뿐더러 머리가 띵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래, 오늘까지는 그냥 쭉 놀고 내일이 월요일이니 새로 시작하자! 라고 혼자 다짐하며 보지 못한 것들을 마저 보았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도 하기 싫은 감정에 매몰되어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정말 싫었다. 그렇게 밍기적밍기적거리니 눈꺼풀이 다시 내려왔다. 그렇게 잠든 나는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뭐, 오늘까지야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내일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나름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하기 싫은 마음은 여전했다. 그치만 이걸 끊어내지 않으면 고착되고 말겠지. 그래서 그냥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에 갔다. 한바탕 뛰고 나니 머리가 조금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니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준비가 됐나? 사실 헷갈렸다. 그래서 일단 다이어리를 폈다. 하기 싫어도 일단 책상 앞에 앉으면 뭐라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펜을 잡고 이번주 계획을 찬찬히 써보았다. 주말까지 빡빡하게 잡혀있던 계획이 오히려 지난 도파민 파티라는 결과물을 낳은 것 같아 주말 계획은 조금 느슨하게 만들었다. 모든 걸 다 놓고 놀자판을 하는 걸 막고자 해야 하는 일을 적어놓지만 그럼에도 주말에는 더 놀 수 있게끔. 공부하라고 핸드폰이나 컴퓨터 이용 시간을 제한해버리면 어떻게든 편법으로 뚫어낼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그걸 피하려고 한 것이다.


벌써 내일이면 10월이다. 한 달 한 달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올해도 이렇게 곧 끝나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10월에는 큰 목표를 삼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이 루틴대로 내가 나를 잘 돌보며 살 수 있기를. 그리고 새 직장을 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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