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분씩만 일찍 일어나면 생기는 일들

미라클 모닝은 어렵고 약간의 얼리 모닝을 해봤다

by 루헤 Ruhe

일평생 저녁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지만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던 적이 종종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알차게 쓸까, 생산성을 높일까 하는 고민에 말이다. 하지만 12시가 넘어 새벽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고요함과 잔잔함을 포기하기는 어려웠고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루 이틀, 길게는 며칠까지는 가능했지만 시험기간에 벼락치기하듯 당연히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부정맥이 최근 다시 자주 느끼는 것 같고, 발리에 다녀온 뒤로 위장이 약해져서 좀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자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야 원래도 단백질 챙겨먹고, 야채도 신경써서 먹으려고 하니 그 외의 것들 바꿔보고 싶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나는 절대 큰 목표를 실행할 수 없고 재미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냥 딱 30분만 일찍 일어나자는 생각을 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밤 12시가 넘어가면 그 다음날 일어나는 게 개운치 않고 힘들었다. 예전에는 아침이니까 다들 그렇게 일어나지 않겠나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열흘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내가 시도한건 반드시 오후 11시 반에 잘 것. 부득이한 경우라도 12시를 넘기지는 말 것. 그리고 다음 날 원래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30분 일찍 일어날 것. 예를 들어 내 출근 시간은 9시 반까지라 보통 8시 반에 일어난다. (사실 미적미적거리면서 50분까지도 버틴다) 그러면 8시에 일어나서 30분간 독서를 하던, 할 일을 하던 무언가를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한 루틴으로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을 끓이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차가운 요거트를 그릇에 담아둔다. 요거트를 바로 먹기엔 너무 차가우니 일단 책상에 두고 따뜻한 물을 먼저 마신다. 열흘간 제일 많이 한 행위는 독서였다. 아직은 멍한 느낌이 있고 어떤 일을 하려면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독서는 그냥 책을 집어서 펴면 끝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고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1. 상쾌한 기상은 아니나 알람없이 일어났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변화다. 학생때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겨워해서 온 가족이 나를 여러 번 깨웠고, 주말이면 오후 1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자기도 했다. 오죽하면 우리 엄마는 나에게 옆에서 꽹과리를 쳐도 안 일어날 것 같다는 농담도 했었다. 그런데 일찍 자기 시작하니 알람없이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개운하거나 상쾌하진 않았고 그냥 눈을 떠서 몸을 움직이는게 별로 어렵지 않았다.


2. 속세의 모든 것을 내려두고 일찍 자는 건 쉽지 않다.

첫날부터 거의 후반부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11시까지는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침대에 누울 것. 11시부터 11시 반까지 책을 읽을 것. 11시 반이 되면 책을 덮고 잘 것. 이 프로세스를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 전에 재밌는 드라마 혹은 보고 싶은 컨텐츠가 있는 날엔 조금 힘들었다. 어젯밤이 그런 날이었다. 오랜만에 드라마 '더 글로리'를 너무 보고 싶어서 저녁을 먹고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을 수가 없었다. 결국 12시가 넘어서까지 드라마를 보다 새벽 1시에 잠들었다. 그래도 9시에 일어나서 어찌나 다행이었던지.


3. 아침이 생산성이 높은 시간인 걸 깨달았다.

나에게 아침은 그저 멍하고 졸리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서 책상에 앉은 그 순간, 아직 집에 그 누구도 깨지 않고 조용한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무조건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목표보다는 이번 열흘간은 그저 30분 일찍 일어나보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어 그랬을 수도 있다. 만약 30분 일찍 일어나서 그 시간 내내 무언가를 끝마치는 것이 목표였다면 약간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 시간에 뭘 할지는 따로 계획하지 않았다. 아직 나는 이 루틴에 완전히 적응되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그 시간동안 꽤 높은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게 느껴졌다. 어쨌든 독서라는 것도 활자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없이는 하기 어려운 활동일 수도 있는데, 아침에 수행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이 루틴을 꼭 가져갈 것이다.


4. 3권의 책을 완독했다.

열흘간 3권의 책을 다 읽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긴 하다. 1월 말부터 읽은 책도 있으니 완독의 시기가 이번이라고 보는 것인데, 작년을 생각해보면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었기 때문에 독서량에 영향을 준 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읽기의 속도를 따져보니 1페이지에 1분 가량 걸리는 듯 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어려운 책들보다는 에세이 형식이 많기도 하고. 독서량으로 뿌듯해하는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한 달에 한 권 읽던 것보다는 발전된 모습인 것 같아 약간은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다음의 2주는 또 어떤 변화를 빚어낼 지 궁금하기도 하고.


남은 2월의 2주동안도 꾸준히 30분 일찍 일어나기 습관을 계속 가져가보려고 한다. 그 때의 나는 또 어떤 생각을 가질지, 지금과 같을지, 힘겨워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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