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어도 좋은 익숙함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지 않거나, 국물 없이 밥을 못 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by 페튜니아 화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퇴근길에 저녁을 사 먹는다.

맛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익숙하지만 매일 먹어도 또 먹을 수 있겠다 싶은 메뉴를 좋아한다.


오늘 퇴근길에 들른 진미식당은 8천 원에 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작년 여름 우연히 알게 된 이후로 점심에는 거의 항상, 야근을 하게 되면 두 번 중 한 번은 진미식당을 찾았다. 부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진미식당에 장부를 두고 식사 후에 사인하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 나처럼 혼자 오는 식객도 많은 곳이라 1인용 테이블을 반 뼘 정도 떼어주면 낯선 사람과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각자 식사하는 모습도 흔하다.

5개 이상의 밑반찬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데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담아먹을 수 있다. 오이 무침이나 콩나물 무침처럼 식당에서 만나면 반가운 반찬은 여러번 가져다 먹었다.

작년 말에 사무실을 옮기면서 출퇴근 길과 멀어졌다. 조금 늦더라도 저녁 식사는 집에서 먹겠다는 올해의 다짐과 맞물리면서 한동안 갈 일이 없었다.

오늘은 퇴근도 늦어졌고 이동하면서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탓에 강한 허기를 느껴 진미식당을 찾았다. 평소라면 지하철역과 가까운 버거킹에 들렸겠지만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 생선구이를 생각하니 감자튀김과 햄버거는 다음에 먹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는 동안 생각했다.

나는 매일 먹어도 좋은 익숙한 음식을 정말 고마워하는구나.


초등학생 무렵에는 따뜻한 흰쌀밥에 계란 노른자와 간장, 참기름을 비빈 다음 참깨를 뿌려먹었다. 식성 좋은 날에는 다른 반찬 없이 세 그릇을 먹었다. 어머니가 반찬으로 무채를 무쳐주시면 며칠 동안은 다른 반찬은 꺼내지도 않았다.

이런 버릇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치 않았다. 일 때문에 충무로에 가면 언제나 단골 우동집에서 어묵 백반을 먹었고, 지난 20년 동안 출근길에 편의점 샌드위치를 사서 커피와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


스티브 잡스를 그릴 때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가 빠질 수없는 것처럼 나의 자화상에는 편의점 샌드위치와 커피잔이 빠져서는 안된다.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지 않거나, 국물 없이 밥을 못 먹는 식으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음식이 맛있는지 판단할 때 ‘매일 먹어도 좋을 익숙함’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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