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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03. 2023

중고거래 사기 당한 썰 (1)

01. 나도 당할 줄은 몰랐다.  (Feat. 욕심은 금물)

사용하고 있던 아이폰 8은 거의 4-5년 정도 되어가던 참이었다.

몇 번 바닥에 통통 떨어뜨리고 툭 던져지고 하다 보니 액정이 소소하게 깨지는 문제도 있었고 뭣보다 배터리 소모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서 풀 충전을 하고서도 돌아서면 2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안 되겠다 휴대폰을 바꿔야겠다 싶어서 생각하던 중에 주변에 중고로 폰을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중고 사이트를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중고나라를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당근이 제일 믿을만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시 내가 살던 지역에는 아이폰이 중고 매물로 잘 올라오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지만 길들여지길 아이폰으로 길들여져서 이번에도 아이폰을 구매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뭘 사면 좋을까 한참 궁리하다가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서 아이폰 XS가 매물로 나온다면 구매를 해야지 결정했다. 


중고사이트와 중고나라가 가격차가 꽤나 나서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사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중고나라에 아이폰 키워드를 걸어두고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이폰은 시간이 지나도 초기 설정된 가격에서 크게 변동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이왕이면 깨끗하고 깔끔하게 사용한 물건, 배터리 효율이 90% 이상은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거기에 가격까지 평균치보다는 약간 낮게 책정이 될 수 있는! 이 모든 조건들을 다 맞추자니 당연하게도 나온 물건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한참 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어느 날 중고나라 어플을 보는데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아이폰 XS 256GB 실버 25만 원'

(당시 아이폰 XS는 평균 거래가가 35만 원-40만 원이었다.)

올라온 사진으로 보니 상태는 괜찮아 보이고, 배터리 효율까지 괜찮았다. 지금이라면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가격에 믿고 걸렀겠지만 가끔 이렇게 싸게 매물을 내놓는 판매자가 있었던 터라 내면의 경고음조차 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욕심이 크면 눈이 가리고 귀가 막혀 사리분별이 안 되는 법이다.


중고 거래를 할 때는 사기가 많다는 얘기는 들어서 이것저것 체크해야 되는 사항들을 알아둔 상태였다. 

IMEI 번호를 요청해서 도난 분실 폰이 아닌지 확인했다. 또 허위 매물을 올렸을 경우가 있으니 매물을 가지고 현재 시간이 나타나게 사진을 찍어서(혹은 일정 단어나 문장을 적어서 같이 보내달라고 한다.)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판매자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찍어서 보내주면서 신분을 드러내니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마 하니 자기 개인정보를 이렇게 공개하면서 막 나가진 않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렇게 주민등록번호를 보내는 사람은 더 의심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엔 내 생각보다 더 아무 걸림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중고사기 피해가 워낙 많으니 해당 번호는 사람들이 공유를 하고 등록도 해놓기 때문에 거기서도 체크를 했다. 체크를 해봤더니 신고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번호여서 이때부터 그냥 확 믿었던 것 같다. 


얘기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어서 덜컥 구매하기로 결정을 했다. 중고나라에 보면 중고나라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한데 안정성을 중시하는 평소의 나라면 분명 그 거래를 통해서 했을법하지만 판매자가 이래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걸림 없이 믿어버렸다. (사기를 당하려니 이런 것도 다 흐름이구나 싶다.) 휴대폰 대리점 사진을 걸어놓고 대화를 하던 판매자라 영업시간 내에 해야 된다는 말에 별달리 의심 없이 25만 원을 계좌로 송금했다. 친절히 곧 택배 송장을 보내준다는 말을 믿었으니까.

나중에 들어보니 대리점 사진 걸어놓고 하는 판매자도 일단 의심해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참... 피곤하긴 하다.)


돈을 보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배 송장이 도착하지 않았다. 판매자와 연락을 시도해 보니 또 연락은 아주 잘 받았다. 근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계속 택배 송장을 보내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2-3일이 지났다. (연락은 아주 잘 받았다. 이게 수법이다.) 

갑자기 택배가 다른 지역으로 잘못 오배송이 되었다면서 바로 받아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더니 혹시 동일한 기종인데 색깔이 다른 게 있다면서 그 매물도 받아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럼 괜찮으니 다른 매물로 빨리 보내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이때도 설마 했지만 그래 설마... 이러면서 의심을 고이 접어뒀다. 근데 이때부터 연락을 받는 것이 점점 늦어지면서 역시나 택배 송장을 보내주지 않았다. 이렇게 1-2일이 지나자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여러 경로로 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이 판매자의 정보를 올리고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가 폰을 사겠다고 결정했을 때는 사기 명단에 뜨지 않던 번호가 며칠이 지난 다음 검색해 보니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나와 거래를 진행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동시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중에 좀 더 빨리 알아차린 사람이 사기 신고를 한 것이다. 사기인 거구나 인지하기까지 5일이 넘게 걸렸다. 연락을 잘 받고 모든 정보를 공개한 건 어쨌든 신고 시점을 최대한 늦추지 위한 거였다. 


'쿵' 마음이 내려앉았다. 금액을 떠나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진행하면서 분명 찜찜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저렴하게 물건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애써 그 순간들을 무시했었던 스스로가 떠올랐다. 괜스레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속상하고 상심하는 마음이 있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검색을 해보니 이런 사기는 경찰서에 신고를 해도 잡기가 어렵고 더더욱이 사기금은 돌려받기 어렵다는 낙담적인 글들이 참 많았다.

대부분은 똥 밟았다 생각하고 넘어가지 이런 심정으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찾다 보니 어쨌든 혼자 스스로 많은 과정을 거쳐서 재판을 했고, 승소한 사람의 블로그 글이 눈에 띄었고 정독을 시작했다. 

나와 거래 후 판매완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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