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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01. 2023

MBTI - T와 F, 저는요...

깔린 프로그램이 다르다. 사용법 숙지 필요

'요새 MBTI 거의 옛날 우리 혈액형 좋아하듯이 믿고 그래~'

그랬다. MBTI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내가 트렌드에 많이 둔감했던 거다.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MBTI가 뭐냐고 물어본다. 열풍적인 시기는 좀 지난 것 같지만 그래도 스몰 토크의 한 요소로 기본적인 인적사항만큼이나 MBTI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 같다. 

 

한 지인이 대뜸 MBTI가 뭐냐고 묻더니 굉장히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나의 MBTI를 추론을 해나갔다.

그 지인은 우선 나에게 이 질문을 했다. 

'이 그릇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그릇이죠.' 

'음, 역시 단순하네요. S' 

(나는 S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MBTI 무식자인데, 이런 걸 줄줄 외우고 다니는 분들이 사실 좀 신기하다.)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지인은 몇 가지 체크를 하더니 내가 어떤 유형일지 추측했다. 


원래 대략 내 MBTI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의미는 두고 있지 않았는데 지인과의 대화 이후에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다시금 테스트를 해봤다. 놀랍게도 그 지인이 추측한 MBTI가 맞았다!  

100%는 아니더라도 이거 유형별로 특징은 있는 거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MBTI에 대해서 조금은 의아스러웠던 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오직 16가지 유형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MBTI에 대한 여러 얘기들을 듣다 보니 이게 또 재미있어지는 거다.


예를 들면 'T'와 'F'의 차이

지인이 동료들과 함께 MBTI 전문가와 검사를 했다고 한다. 

상황 설정을 했다. A(F형 성향)와 B(T형 성향)가 서로 프러포즈를 하는 상황이다. 


먼저 B가 A에게 얘기했다.

'A 씨,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A는 굉장히 난감한 얼굴로 이렇게 얘기했다. 

'아, 저희 남이섬이라도 갈까요?'

B는 다시 얘기했다. (의아함을 가지면서)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A는 다시 엄청 난감한 얼굴로 얘기한다.

'아... 저희 남이섬이라도 갈까요?'

이쯤 되니 B는 내가 싫은 건가 싶어서 '제가 싫으신가요?' 이렇게 묻는다.

A는 아까보다 더욱 난감한 얼굴로 '그런 게 아니라...'라고 답한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내가 제일 먼저 한 말은 

'남이섬을 왜가? 나 진짜 이해가 안 돼서 그래'였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내 등짝을 때리면서 

'남이섬을 왜 가냐니??? 프러포즈를 그냥 어떻게 해~! 어디라도 가서 분위기 있게 해야지~!'라고 얘기했다. 

뭔가 '띵~'하는 기분. 남이섬을 가자는 게 정말 그런 이유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유튜브에 'T의 연애'라는 영상이 알고리즘에 떠서 우연찮게 봤다.

이 영상의 킬포는 'T' 커플의 대화를 관망하는 'F'다. 커플의 대화를 들으면서 본인이 상처를 받고 언제 싸울지 조마조마해한다. 정작 대화를 나누는 T들은 어느 때보다 편안한 상태다.

도대체 어떤 게 귀엽냐고 검색창에 물음표를 엄청나게 찍어대던 F는 마지막 T들의 대화를 듣고는 귀엽다며 피식 웃는다. 영상 아래에 댓글을 보면 영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말에 자기가 감동받는 것도 너무 완벽한 F
T 입장에서는 너무 편한 대화. 귀여워하는 포인트도 똑같아서 웃기다.
의도파악 없는 대화가 아주 맘편함.
지나가던 F인데 저 말에 상처를 안 받는다고?? 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그 모습이 보기 좋네요.
F라 그런지 대체 뭐가 귀엽다는 건지 포인트도 모르겠고 너무 차갑게 얘기하네 생각했는데 댓글에 엄청 따뜻하다고 공감한다고 그래서 놀람. T들의 대화 배워보기 재미있네 

'T'와 'F'가 각자의 성향 중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화합의 장이 형성된 것 같았다. 

T성향이 좀 더 많은 사람으로서 F의 성향이나 반응들을 이해하고 공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 유튜브 영상에서 얘기하는 일종의 사회화. 


바로 실습할 기회가 있었다.


지방에서 일정을 마치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하루 일정이 꽤나 고단해서 운전자인 친구가 많이 피곤한 상황이었다. 친구는 휴게소에 잠시 들러서 커피를 사 왔다. 


(속이 보이는 텀블러 들어 보이면서) "아이스라테인데 얼음 빼달라고 했더니 커피양이 너무 작지 않아? 텀블러 반도 안 찼어."

이건 속상하다는 얘기구나 싶어서 얼른 맞장구를 쳐줬다. 

"진짜? 양이 정말 안 되네~ 속상하겠다." 그 친구는 내심 만족해하는 눈치로 "그렇지?"하고 말했다.

근데 옆에 있는 친구가 불쑥 말했다. 

"근데 그거 사실 어차피 샷이 똑같아서 커피 양 정해져 있는 거야. 얼음 빼니까 느낌으로 적어 보이는 거지. 평소 마시던 양이랑 똑같아."하고 직언을 날렸다.

아니, 얘도 T였단 말이야? 하면서 공감을 못 해준다 싶어서 웃으면서 얘기했다. 

"지금 그거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커피양이 적어 보이는 게 속상한 거야. 그냥 마음이 그렇다고."라고 얘기했더니 그 T성향의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 사실을 명확히 알면 속상할 일도 없잖아."

얘가 왜 이렇게 공감을 안 해주고 계속 자기 바른말만 하나 싶어서 한 번 더 얘기했다.

"속상한 게 먼저니까 그걸 좀 받아주라는 거지~" 

그랬더니 T성향 친구는 답답+서운한 표정으로 "지금 너도 내 말 안 받아주네!"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아차!


F 마음을 받아주네 공감해 주네 하면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T 성향인 친구의 말도 내 식대로 잘잘못을 따지고 이게 정답이다 하고 있었으니 

나야말로 문제 해결이랍시고 내 식대로 한 건 똑같구나 싶었다. 

F성향이든 T성향이든 상대의 상태에 맞춰서 듣고 반응하는 건데!

내가 "그래, 그러네 그 사실을 알면 속상할 필요가 없네?" 이렇게 말했다면 아마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은 입씨름은 하지 않았을 거다. 모두가 다 이해를 받았다는 헤피엔딩 결말을 맺었을 텐데 


MBTI라는 게 고정적으로 너는 T기 때문에 이렇고 너는 F기 때문에 이렇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상대를 단정 짓는 것이 되겠지만 

상대방이 이런 성향에 가깝다면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 예시로 생각한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양분이 될 수 있다. 


친구들과 T와 F 성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한참을 얘기했다.

나는 이 상황에서 이런데 너는? 하면서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에피소드가 끝이 없다. 

뭐가 재밌는지 다들 정말 즐겁게 웃었다.

같은 상황 다른 반응을 통해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르지만 그걸 공유한다면 맞춰나갈 수 있다는 게 즐거웠던 것 같다. 서로의 대한 이해가 한 뼘 더 자라고 공감의 가능성이 열린 것 같아 맘이 따뜻했다.


'오늘 별 보다 보니 네 생각이 났어.'라고 연락을 해봐야 되겠다. 

다들 어떤 반응들 일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서 


나도 편안한 맘으로 봤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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