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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29. 2023

사랑하기에도 아까운 시간

생명과 죽음

얼마 전 아는 분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급성 폐렴으로 급속도로 간까지 안 좋아진 상태여서 하루 이틀이 고비라는 얘기가 들렸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며 가며 인사드린 적이 있었고, 가끔 그분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던 터라 마음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참 소탈하고 쾌활한 분이라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분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보면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더더욱 존경스러웠다.

권위가 있는 분인데 권위의식이 없는 모습이 참 울림이 있었다.


불과 3개월 정도 전에도 얼굴을 봤던 기억이 떠올라 위독하다는 소식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으신 분이니 무사히 넘기시길,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건강 회복을 바랐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것 같다.

하루 이틀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었고, 마음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마음이 아팠다.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지 알면 된다. 제일 좋은 순간이다.'


만나면 해주셨던 말씀이었는데 그분이 떠나시고 나니 그 말씀이 더욱 와닿는다.

정말 지금을 살아야 하는구나. 다음이란 기약이 없구나. 언제 어떻게 떠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길거리를 걷던 9살이 음주운전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날 줄 어떻게 알았겠으며, 곧 만날 것처럼 집을 나선 딸과 아들이 이태원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올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주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생명이 더 이상한 것이다. 우리 주변은 대부분 죽어있다.

지구의 돌과 땅과 바닷물 다 죽어있다. 지구 바깥에서 생명체를 본 적이 없다.

즉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죽음이 오히려 가장 자연스럽다.

생명이라는 정말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내가 살아있다는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김상욱 교수-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영원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주변에 함께 하는 이들도 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함께 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나도 그도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갈 우주의 여행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난 그 하루를 좀 더 값지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한 시간들로 채우고 싶다.

회한이 남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사랑하고 아끼고 즐겁고 행복하기에도 아까운 시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줄 알고 제일 좋은 순간인 줄 알겠습니다.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겠습니다.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두 손 모아 바라봅니다.'


꽃은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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