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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27. 2023

내가 매일 400배를 하는 이유

일석사조 

매일 절을 한 지 햇수로 16년이 되었다. 그중 10년은 매일 400배를 했다. 

제일 처음 108배를 꾸준히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걱정이 많았고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주변에서 위로를 해준다거나 조언을 해줘도 별달리 만족스럽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엄마가 108배를 100일은 하루도 빠지지 말고 해 보라고 권해주셨다. 도움이 될 거라고.


엄마를 따라서 절에 가면 절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도 한두 번 해본 적은 있었다. 처음 108배를 했을 때는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뭣보다도 절을 하고 난 뒤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계단을 내려오기가 어려웠다. 뭉친 근육은 한 며칠 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렸다. 그래도 그때 첫 절을 하고 난 뒤 느낌이 좋았다. 몸도 개운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좋은 기억이 있어서 100일은 108배를 해보라고 해주신 권유를 가볍게 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100일 동안 해봐야 되겠다 하고 시작한 108배를 첫 시작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하진 못 했다. 주기적으로 꼭 장애가 생겼다. 말하자면 절을 하지 못할 핑계가 계속 생겼다. 

어떤 날은 배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못 하겠는데 싶어서 뭉그적뭉그적 하고 있다가 그래도 해보자고 마음을 내는 날도 있고 못 하는 날도 있었다. 근데 막상 해보자고 마음을 내서 해보면 통증이 있긴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날은 전 날 과음으로 몸 컨디션이 엉망이거나,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게 된다거나, 하루 스케줄이 너무 빠듯하고 바빠서 챙길 시간이 있을까? 싶은 날들도 있다.  

두 어번 정도를 100일을 못 하고 70일에서 멈추거나 80일에서 멈춘다거나 해보니 그래도 100일은 꼭 맞춰서 해보고 싶다는 어떤 동기유발 같은 것이 생겼다.  


'하기로 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한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시작하니 장애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나 여건들은 그냥 생각일 뿐 실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다리가 부러져서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거나, 몸이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천천히 해보면 된다. 

108배를 하는데 나는 보통 12-13분이 걸린다. 400배 정도 하면 52분-53분 정도.

절을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생각해 보는 것 같다. '이 시간에 절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더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아니면 온전히 휴식을 취할 것인가?'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그냥 산뜻하게 다른 것을 하겠지만 나는 대부분 '그렇지는 않네' 하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 그냥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서 절을 시작했다. 


하다 보면 3000배도 하고 만 배도 할 수 있는 자신에게 놀랄 순간도 온다. 좋은 건 같이 나눠야 하니까! 

16년 동안 절을 생활 루틴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소개하고 싶었다. 


우선 제일 좋은 점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시간을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매일 매 끼니 챙겨 먹듯이 내 마음 양식을 주는 시간도 매일 필요한데 우린 이 부분을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하루 중에 다른 어떤 것을 하지 않고 온전히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은 오롯이 이 시간뿐이다.

굳이 생각을 일으키려 하지 않아도 절을 하다 보면 온갖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그 안에서 하루는 어땠고, 마음은 어땠고, 그런 생각들이 드는구나 하면서 나를 찬찬히 돌아볼 수 있다. 그럴 때 마음이 쉬어지는 것 같다. 요즘 명상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라면 몸을 움직이며 머리와 마음이 쉬어지는 절이 아마 더 잘 맞을 거다.  


또 좋은 점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연습이 된다. 매일 어떤 것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면 그걸 하기 전에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들이 섬세하게 보인다.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도 싫어하고 좋아하고 힘들어하고 미루고 싶고 들뜨기도 하고 올라오는 호불호의 감정들. 

근데 그 감정들을 넘어서서 계속 그걸 지속해 나가면 나중엔 마음은 마음대로 좋았다 나빴다 일어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꾸준하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힘, 심지가 생기는 것 같다. 

살면서 싫어하는 것을 하기 싫다는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줄도 모르고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모든 선택을 해왔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내가 한다고 했던 선택들이 결국은 그때 일어나는 감정과 욕구에 의해서 좌지우지된 것들이 많았다. 마음은 마음대로 일어나지만 나는 그걸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는 평정심, 여유 같은 게 그래도 전보단 생긴다. 


나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스스로 자신에게 생기는 믿음은 굉장히 나를 든든하게 한다. 자주 내 모습에 실망스러웠다가도 그래 다시 하면 되지 하는 오뚝이 정신을 이 과정을 통해서 배운다. 주변에서 아무리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더라도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고, 주변에서 아무리 나를 믿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믿으면 그 자체로 충분한 것 같다. 자주 흔들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이게 내 중심성을 잡아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면 나를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연습을 한다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는 운동이 된다. 이건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예전에 고소영 씨도 힐링캠프에 나와서 절운동에 대한 소개를 한 적이 있었는데 '뭘 좀 아는 분이시네' 생각했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 자세 그대로 하게 된다면 전신 운동은 분명 된다. 엎드렸다 일어서는 과정에서 전신 근육을 자극해 강화할 수 있다. 체지방 연소에도 도움이 된다.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숙이는 과정에서 혈액이 머리까지 충분히 공급이 되어서 뇌에 충분한 영양소 및 산소 공급으로 머리까지 맑아진다. 평소 두통이 있어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겐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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