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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21. 2023

스마트폰 하는데 스마트하지 않다.

문명의 이기를 이기로 사용해야지(feat. 디지털 디톡스)

'아이폰3'가 출시되었던 때가 기억난다. 

내 기억 속에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건 아이폰3가 출시된 이후인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핸드폰을 물에 퐁당 빠뜨리는 바람에 핸드폰을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전자기기 트렌드에 민감하고 선구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던 나는 당시 아이폰3를 선택하는 대신에 LG에 다른 폰을 선택했다. 아이폰3 가격이 100만 원 가까이하던 고가라 감히 엄두를 못 냈던 것 같다. 당시 휴대폰이 비싸도 평균 가격대가 50-60만 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아이폰은 파격적인 가격이긴 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웬만한 노트북보다도 비싼 120만 원, 200만 원이지만 말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도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현대인이 되었다. 이제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마치 공기나 물처럼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이 없이 집 밖을 나왔을 때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핸드폰만 손에 있다면 지갑도 필요 없고 신분증도 필요 없다.


내 삶이 얼마나 스마트폰에 길들여져 있는지 평소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스마트폰을 당장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들에 제약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번은 스마트폰을 대차게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액정이 나가버린 적이 있었다. 핸드폰이 작동 불능 상태가 되니 그 편리하던 온라인 세상 속 모든 일처리가 올 스톱이 됐다. 말 그대로 올스톱이었다. 


흔한 온라인 쇼핑도 결제, 인증이 진행되지 않으니 불가했다. 노트북을 활용해서 해보려고 해도 핸드폰에 모든 인증서나 결제수단들을 넣어둔 턱에 번번이 인증 단계에서 막혀버렸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도무지 손쉽게 인증할만한 방법이 없었다. 진작 핸드폰에다가 만 몰아두지 말고 인증방법을 분산시켜 둘걸 하면서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대한민국에서 핸드폰이 없다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핸드폰이 망가져서 핸드폰을 구매해야 하는데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헤치며 겨우 겨우 구매에 성공했다. 


정말이지 스마트폰은 삶 속에 많은 부분들을 바꿔 놓았다. 셀 수도 없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 기능들이 우리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전 국민이 거의 다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한 '카카오톡'의 서버가 다운됐을 때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어마어마했던가. 인간관계, 업무 각종 플랫폼 활용 등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촘촘해서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나도 거의 모든 업무를 SNS로 소통하며 하고 있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며 처리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거기서 파생되는 SNS, 애플리케이션을 잘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사용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대해서 문득문득 위기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그런 위기감. 




스마트폰이 생기고 옛날 사람인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 유대는 줄어든 것 같다. 

스마트폰은 사회적 연결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대면해서 소통할 기회를 감소시킨다. 이 부분이 굉장히 역설적이다.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럴 때 오히려 주변에서 실제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직접적인 대화와 교류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카페에서 봤던 한 커플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얼마나 만난 사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눈도 쳐다보지 않고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계속 앉아서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말 대화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러다 나갈 때가 됐는지 갑자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같이 웃으며 사진을 몇 장 찍더니 또 말없이 정리를 하고 나갔다.(이때도 대화가 없었다.)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말하지 않아도 교감되는 사이라기 보단 감정적 교감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내 느낌이 그랬다. 


스마트폰이 삶 속에 자리하면서 또 뗄 수 없는 게 SNS인데, 난 SNS가 잘 맞는 타입은 아니다. SNS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 사진 중심의 플랫폼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연출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기서 '연출'이라는 부분이 불편한 포인트다.

행복경쟁이란 말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뭔가를 올리고 반응을 받는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인정을 받기 위해선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을 더 많이 남기게 되고 그렇게 SNS를 하다 보면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의 모습이 자동 비교가 된다. SNS 보면서 '왜 나 빼고 다 이렇게 잘 사는 것 같지?' 하면서 현타가 와본 경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SNS만 보면 사람들이 늘 즐겁고 행복해 보이니 상대적으로 내가 초라해 보이고 그 속에서 불행감을 느끼는 패턴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인생을 불행하기 살기 위해서 꼭 해야 되는 것이 있다면 '비교'라고 했다. SNS는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쉽게 자존감이 저하되고 우울과 불안을 느낄 요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SNS 활용이 익숙한 90년대생 이후 사람들은 불행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또 스마트폰으로 인해 나는 점점 스마트해지지 않는 것 같다. 내 사례를 보면 주의력이 점점 떨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들여다보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있나 자극적인 것은 없나 찾기 바쁘다. 특별히 목적이 없어도 그냥 화면을 켜고 뭐라도 보고 있어야 된다. 뭔가 하고 있지 않은 그 찰나의 순간이 지루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사용자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AI 알고리즘까지 있으니 그냥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살 수가 있어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마저도 필요 없어졌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들이 거의 전무하다. 유튜브에서 추천되는 대로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을 그냥 쭉 보다 보면 거의 시간을 삭제당하는 수준이다. 쇼츠는 영상이 더 짧고 자극적이니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자극에 익숙해져서 2시간은 우습게 시간이 지나간다. 그러다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하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가야 되는 것처럼 모드를 바꾸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 전환이 쉽사리 되지 않는 것도 느껴진다. (그나마 내가 뭐라고 쓰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내 삶에 등장하고 난 뒤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우려가 되어서 사람들을 만나면 될 수 있으면 스마트폰을 놓고 눈을 보고 얘기를 하려고 하고, SNS는 나에겐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아 멀리하고 있다. 그래도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근데 이게 참 내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산만하게 만든다는 걸 알겠다. 진득한 맛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미 일상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을 무작정 안 할 순 없고 적절하게 조절해 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디톡스라는 말이 굉장히 진부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도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나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도 오랫동안 습관 되어 온 게 굳어져있어서 잠시만 방심하면 습관대로 훅 하고 간다. 긍정적인 면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할 듯하다. 


문명의 이기를 '이기'로 사용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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