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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19. 2023

어차피 할 거

플러스와 마이너스 

'어차피 할 거'

내가 자주 하는 말 상위권에 항상 랭크되는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결국은 그렇게 귀결이 된다는 말인데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첫 반응이 긍정적으로 먼저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습성이 있다. 


근데 반응은 그렇게 했더라도 한 번 입력이 되면 그건 나에게 해야 되는 일이 되거나 해내고 싶은 일이 되기 때문에 결국은 첫 반응과는 다르게 또 입력된 일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결과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던 것들을 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머릿속으로 온통 그걸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첨부터 해준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 한다거나 '결국은 할 거면서 말은' 이런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


상황만 놓고 보면 '하니까 되는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스스로에겐 좀 많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반응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또 감정의 동물이 아니던가. 

부정적인 첫 반응은 관계를 마이너스에서 시작하게 한다. 이게 좀 크다.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업무 요청을 하거나 했을 때 이왕이면 안 할 값에 긍정의 반응을 보이면서 

'아, 한 번 확인해 볼게요.', '알아볼게요~' 이렇게 한다면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많이 없을 거다.


습관처럼 얘기를 듣는 순간 사고의 회로가 파바박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투여되어야 하는 여러 상황들을 생각하고 그 상황 속에서 어려운 점들을 캐치하고 그 부분이 출력이 되어 나온다. 

사람 중에는 입력이 됐을 때 출력이 느린 사람이 있고, 

입력과 동시에 출력이 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후자 쪽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 사람이라

그 반응도 거의 즉각적으로 나오니 퉁명스러운 반응을 내가 뱉어놓고도 난감할 때가 많다.

다행이라면 부정적 반응이더라도 결국은 연구해서 하는 방향으로 한다는 점.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내 생각과 기우 일 뿐이지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많이 경험하곤 했다. 그래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들이나 오히려 경험이 있어서 어려울 것이 너무나 예상이 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하기가 잘 되진 않는다. 이게 잘 안 되니까 반응 유보하기를 해볼까 해서 시도해보고 있는데 이것도 마냥 쉽지 만은 않다.


'어차피 할 거'에는 또 이런 의미도 내포된다. 내가 선택해서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볼 수도 있겠지만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툴툴거리면서 하기보단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도 훨씬 좋지 않을까? 

수용의 마음을 가져야 할 때가 있다. 

어차피 할 일에 싫은 마음을 내면서 하느냐 받아들이고 좋은 마음으로 하느냐 하는 건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감정적으로든 능률면에서든.  


이때의 '어차피 할 거'는 참 많은 부분이 플러스가 된다. 모락모락 거부의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서 어떻게 할래? 했을 때 '하겠다'는 결론이 나면 그래도 좀 객관성을 찾게 되고 마음이 돌아오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긍정적 첫 반응하기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어차피 할 거' 잘 해보자고. 

그래도 앞으론 '어차피'라는 말은 좀 덜 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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