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삶을 같이 한다는 것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거기서 나는 '예쁜'이라는 포인트보다도
왜 하필 '밥 잘 사주는'이라는 말이 붙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다.
드라마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어떤 유명 배우의 얘기에서 그 제목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는데
그 배우가 다른 배우를 얘기할 때 '밥 잘 사주는 누나'라고 관계를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뒤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밥을 사주고 또 그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참 오묘하다.
우리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함께 밥을 먹고, 사이가 소원했던 관계를 풀기 위해서도 밥을 먹고,
힘들었던 하루를 토닥일 때도 맛있는 밥을 함께 먹자고 한다.
누군가를 밥을 사주겠다고 할 때 사람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호감의 감정이 싹튼다.
만약 평소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관계라면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오며 가며 인사를 주고받고 가끔 회의를 같이 하던 분께 업무적으로 문의를 해야 될 일이 있었다.
진행한 적이 없던 분야의 업무라 상의라도 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분이 문의사항에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게다가 먼저 미팅시간까지 잡아서 함께 얘기 나눌 시간을 가졌다.
미팅을 할 때는 내가 말을 더 많이 했는데 말을 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뒤섞여 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면서 아주 알찬 시간이 됐다. 이렇게 논의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미팅이 마쳤는데 그분이 맛있는 것을 사 줄 테니 저녁을 먹자고 했다.
시간을 내준 것만도, 신경 써준 것이 느껴져 좋았는데 거기에 밥까지 사준다고 하니 마음의 좋음이 배가 됐다.
밥을 함께 먹으며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사무적인 관계에서 좀 더 친밀한 느낌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의 문이 열렸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밥을 사준다는 건 단순히 밥을 사주는 것만에서 그치는 건 아닌 것 같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일상적인 부분을 함께 하는 것이라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는 선뜻 밥을 사주겠다는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밥을 사준다는 건 관심의 표현인 셈이다. 삶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같이 밥 먹자며 챙겨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서적인 다독임과 위안, 케어를 받는다는 느낌까지 든다.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과 그 사람의 마음씀에 감동하게 된다.
밥 한 번 사준다는 게 뭐 이리 거창할 게 있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거창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 마음이 더 잘 드러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밥 한 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