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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01. 2023

연애하고 있지 않지만

연애를 응원하고 싶다.

'택스트 앳'이라는 어플을 알만한 사람들은 알 거다.


나에겐 추억의 어플 같은 느낌?  

20대 초중반 시절에 막 그 어플이 나왔을 때 

우린 이 어플을 재미 삼아 혹은 진심으로 이용했으니까. 


당시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얘기들 중 단골소재는 

'그 사람,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걸까?'였다. 


아직 사귀기 전인데 서로 어느 정도 호감을 확인했을 때 

혹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싶은 긴가민가한 상황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고민하던 시간들  


'텍스트 앳' 어플의 이용법은 간단하다.

어플에 함께 나눈 카톡 대화 내용을 넣고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소위 '썸'타는 관계일 때 이 어플은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는데 

흔히 우리가 주고받는 SNS 대화를 분석해서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호감도, 친밀도 등을 확률로 수치화해 관계를 분석해 주는 어플이었다.

(재미로 그냥 넣어본 대화 내용에서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과를 보기도 했었다!)


챗GPT가 웬만한 것들을 대답을 해주는 이 시대에서는 별로 신기할 것이 없을 수 있겠지만 

텍스트 앳을 통해서 호감도 친밀도 관심사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친구 사이에 머물러 있을지 이런 것들을 꽤나 상세하게 분석해 줬다. 


꽤나 유용하네 생각하면서 신기해하다가 이내 약간 헛헛한 마음이었다. 

사랑마저 확률과 가능성으로 따지는 상황이라니...  


당시에도 연애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보통 그 연애 프로그램들은'썸'타는 남녀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요지는 

'이 남자 저한테 관심 있는 건가요?' 

'이 여자랑 잘 될 수 있을까요?'


상처받을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긴가 아닌가를 판단해 준다는 취지였지만

'언제부터 젊은이들이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 이토록 가능성을 따지고 거절을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생각하게 됐었다. 


시작을 하는 것 자체도 힘겨워 하지만, 외부 도움이 없거나 확신이 들거나 하지 않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의 연애구나 싶었다. 


사랑의 관계, 하나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썸'처럼 붕 뜬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들이 젊은이들이 놓여있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미래, 당장의 할 일, 내가 가야 할 길, 이런 추상적인 말들로 표현을 했지만 

당장의 먹고살 길이 뭔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들이 없다는 것.

말 그대로 불확실한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내재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말.

미래의 삶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 심지어는 현재의 삶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연애에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썸'이라는 관계 속에서 상대의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 번의 실패가 더 불확실한 세계로 자신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세대에게 어쩌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고자 하는 '썸'의 심리, 책임져야 하는 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썸을 생각하면서 메모를 남겨뒀던 것이 거의 10년 전 일이다. 



요즘은 '썸'이라는 말도 시대의 흘러간 이야기가 되었다.

더 효율을 따지게 된 '자만추'도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고 가장 연애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 20대에서 오히려 연애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니 오히려 삶에 대한 불안정성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출산율 0.78 시대인구 절감과 국가의 위기에 대해 말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그때그때 덧바르듯 하는 땜질 식 대책으로는 성찰이 어려울 것 같다.



'연애를 꼭 해야 하나요?'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하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아니요'하고 대답할 사람이다. 



다 자신의 선택 아닐까. 연애든 결혼이든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생각이 없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연애를 '못'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결혼을 '못'하는 것도 그렇다.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안정감이 없는 사회가 

우리가 연애를 '못'하고 

결혼을 '못'하는 이유라면

함께 해결하고픈 마음이다. 



그 시절에 그 순간에 그 관계에서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20대의 미숙하기도 했고 풋풋하기도 했던 연애들을 통해서 배운 부분들이 참 많았었다. 


 

나는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ㅎㅎ) 

우리들의 연애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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