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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21. 2023

놀기만 하는 법

일도 놀이가 될 수 있고, 놀이도 일이 될 수 있네.

보통 새벽 4시쯤 기상을 한다.

새벽에 해야 되는 일과들을 하고 마음 챙김 겸 운동으로 하는 300배 절하기를 마치고 나면 다소 빠듯하게 9시에 맞춰 출근한다. 퇴근은 대부분 저녁 10시 정도에 한다. 자발적으로 이 루틴으로 지내고 있는데 아마 내가 원치 않는데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살아라 하고 강요를 한다면 아마 난 억만금을 준대도 'no'라고 얘기했을 것 같다. 차라리 돈 조금 받고 나대로 살겠다고 했겠지.

그렇다고 요즘 유튜브에서 흔히 보이는 시간을 200% 활용하는 사람들처럼 내 일과가 빡빡하진 않다. 너무 몰아붙이듯이 사는 것은 나한테는 지속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얘기하는 성공한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경험을 다양하게 한다거나 좋아하는 것을 집중해서 하는 것은 관심이 있다. 요즘 말하는 갓생을 사는 것,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다만 내가 무언가를 해볼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야 되겠지만 그럴 정도의 생각이 없다면 세상은 배우고 느끼고 탐구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그 일들이 즐겁고 하는 동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본다는 건 참 멋진 일이라 생각이 든다. 즐기면서 재미로 하는 사람들은 그 에너지가 다르다. 삶의 에너지가 느껴진달까.

   

그런데 갓생을 사는 것조차도 자의적이지 않다거나 경쟁에 의한 것이라거나 내 마음이 계속 바쁘다면?(사실 뭘 위해서 바쁜지도 잘 모르고 바쁜 것 같다.) 그건 다른 얘기가 된다.


누군가 인생을 괴롭게 살 수 있는 제1의 조건은 '비교'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마음 깊이 동의가 됐다. 내 마음 작용을 살펴보면 딱 그렇다. 내가 스스로 나를 괴롭게 하고 싶다면 '비교'를 하도록 하면 됐다.(이건 다시 말하면 비교만 하지 않으면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비교'라는 회로를 돌리는 순간 괴로움 버튼이 딱 눌리는 거다. 멀쩡히 아무 문제 없이 잘 살다가도 뭔가 비교 경쟁이 되는 순간 그 재밌는 일이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쫓기는 마음이 든다. 바쁘다. 바쁠 이유도 없는데. 원래 비교라는 건 나보다 못한 사람과 하기보다는 나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과 하는 맛이 있지 않나. 비교를 하는 한 아마 누구도 이 비교 괴로움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논다고 하는 것들도 비교하거나 경쟁하거나 그 안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놀이가 놀이가 아니게 되는 것 같다. 신나게 놀다가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고서 이것보다 더! 하면서 마음이 울적해진 순간이, 나는 있다. 똑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를 해도 돈 내고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은 놀이가 되고 돈 받고 하는 사람들은 노동이 된다. 내가 좋아서 읽는 책은 휴식이나 자기계발이 되는데 읽어야 해서 읽는 책이나 시험을 위해서 보는 책은 성과를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없이 보기가 어렵다.  


이건 놀이고 이건 일이고 하는 기준은 결국은 내 태도나 마음에서 만드는 게 아닐까?

명확하게 이건 놀이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건 일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는 건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비교, 경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 등을 좀 내려놓으면 일상 속에서 모든 것들이 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있는 일들도 지나 놓고 보면 도움 되지 않는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걸 좀 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즐거이 해본다면?

(정말 하기 싫었다고 징징거리면서 했던 일들도 진짜 지나고 보니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있었다.)


일을 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다. 출근 시간 전에 짬을 내서 시간을 만들든지 아침에 그게 여의치 않았다면 저녁에 퇴근 이후에 잠깐 짬을 내서 글을 쓰는데 누가 나한테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부족해서 업무를 볼 때 더 집중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생각을 비우고 집중하니 업무도 더 재밌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의식의 흐름 같은 얘기들도 그냥 막 적는다. 좋아서 하는 건데 누군가 돈을 줄 테니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보라고 했다면 아마 창피해서 원고 제출을 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다른 무수히 필력이 훌륭한 작가들과 비교하면서 머뭇거리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좀 한 발짝 떨어져서 살펴봐야 되겠다.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떤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는가? 왜 이걸 일로만 대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비교하고 경쟁하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놀이가 일이 되지 않게, 일은 놀이가 될 수 있게

그건 어쩐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으로 다가와 살펴보고 연습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날 북촌 일대를 2만보 가량 걸었다. 시장조사 차 체크가 필요한 일이 있었는데  몸은 조금 피곤해도 마음은 놀듯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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