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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n 29. 2023

오늘도 좋았다.

무언가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게 보내는 칭찬을 아끼지 말자.

언젠가부터 의식적으로라도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잘 흐르기도 하고 

좋았던 일, 감사했던 일보다는 바라는 대로 안 됐던 일에 초점이 맞춰지는 내 시야를 다시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러면 이것저것 불만이 있었던 일도, 바라는 마음들이 많아서 힘들었던 마음들도 

"그래!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 하면서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심심치 않게 어린 나이에, 불시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정말이지 오늘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곤 한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낸 나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찬찬히 걷고 싶은 저녁이었다.

쭉 뻗어 있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문서 작업하고, 이어지는 회의로 기운이 쭉 떨어진 날이었다. 이런 날엔 어깨가 더 뭉치는 것 같고 눈이 뻑뻑해서 자꾸 눈을 끔뻑거리게 된다. 괜히 피곤하다고 쳐져있기보단 오히려 걸어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상쾌한 공기까지 기대할 순 없어도 살갗에 닿는 밤공기는 걷기에 좋은 정도였다. 환기가 된다.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고 걸었는데 40분쯤 걸었더니 번화가가 나왔다. 

저녁 약속으로 모인 사람들,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근처 서점이 보여서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목적 없이 들어가기 좋은 곳이다. 요즘은 어떤 책들이 나오나 둘러본다. 어떤 내용들을 사람들이 많이 읽나 둘러본다. 옛날 사람이라 책은 인쇄된 종이로 읽어야 읽는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이책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들도 참 정겹다. 그렇게 이 책 저 책 구경 하다 마음에 맞는 책이 있으면 한 권 골라서 슬쩍 자리에 앉아 읽어본다. 서점 곳곳에서 사람들이 각자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이 특유의 편안함이 좋다. 


크지 않은 규모의 서점이라 최근 동향의 책들을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발길이 비소설 부분에 머물렀는데 책 제목을 찬찬히 살펴보고 몇 권은 집어서 목차를 살펴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지금... 많은 위로와 칭찬이 필요하구나.'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책들이 많았다. 또 스스로 그런 성찰의 시간을 겪으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들이 많았다.


가끔 가다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위안이 되면서도 

스스로에게도 위로와 칭찬한 줄 해주기 어려운 각박한 삶을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요리에 별달리 관심 없던 내가 미역국 맛있게 끓이는 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해 볼 수 있었는데

연구의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고 내가 기특했다.

밀가루가 아닌 옥수수 베이스로 만든 맛있는 스팀 케이크를 찾아서 기뻤다.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키우고 있는 조그만 화분에 새 잎이 났다. 연둣빛을 뽐내면서 쑥 컸는데 그 앙증맞음이 가슴에 콕 박힌다. 


누군가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해주지 않아도

누군가 '네가 최고야. 지금 이대로 충분해.'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해내지 않았어도

뭔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걸 담담히 생각해 본다.

나에게 보내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지.


오늘도 좋았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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