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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0. 2023

OO 하면 내가 좋다.

이것도 습관이다.

뭐든 습관이 중요하다고 나는 뭔가 나누는 것이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사람이다.

나누기 싫은 마음이나 꺼려지는 마음을 떠나서 그 행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다. 자주 행하지 않았으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들지 않았을 테지만 그것이 마음이든 물질이든 혹은 내 시간이든 나누는 것이 스스로 보아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뭐든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연스러운 사람들은 이 어색함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습관처럼 해오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쭈뼛거리게 되고 망설이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또 싫어해서 망설이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살아온 환경의 영향이 크겠지만 나누는 것에 왜 어색한 마음이 드는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좀 더 살펴보면 좋겠지만 이제까진 굳이 나눠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았고, 그게 당연했고,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구나 이 정도로 정리를 했다. 가족과 내 주변 한정된 사람들로 내 세계가 좁았던 원인도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나눈다는 생각도 없이 다 함께 했었으니 그랬겠다.


인생 중 10년의 시간은 방향성을 바꿔서 살아보고 있는 시간들인데 그 세월 속 차차 나이가 들면서 좁았던 세상이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여전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뭐 사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 나누는 게 어색한 게 뭐 그리 대수랴. 세상에 해가 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중간 이상은 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어쩌다 가끔 해 본 나눠본 경험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버렸다. 조금씩 느끼게 됐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많은 부분들을 배우기도 했다. 저렇게 하는 거구나. 사람들은 저렇게 했었구나 하면서.


그래서 나는 작은 걸음마처럼 나눔을 해보기 시작했다. 언젠가 곧 사용할 거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스카프가 있었는데 디자인이나 색상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번번이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스카프는 최종 선택되지 못했다. 괜찮은 상태 그대로 내내 옷장에 있던 스카프. 이걸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더 잘 쓰여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들던 어느 날 바자회가 열렸다. 나는 그 스카프를 바자회에 내놨다. 평소라면 '그래도 언젠가 쓰지 않을까?' 하면서 망설였을 테지만 그날은 행동해 본 거다. 스카프는 곧 새로운 주인을 만났는데 그 주인은 나보다 훨씬 스카프를 애용하고 잘 활용할 줄 알았다. 물건이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 아니 새 생명을 얻었다. 나한테 죽어있던 물건도 다른 사람에게 가면 생명력이 생기는구나 생각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았다.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라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을 표현해서 상대와 나누지 않으면 상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지하지 못했다. 정작 나는 상대방의 솔직한 표현이나 적극적인 표현을 기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으면서 그걸 반대로 잘 하진 못했던 거다.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가니까 괜찮냐고 물어봐주거나 차 한 잔 하자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마음을 더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 이걸 뭐 굳이 표현해야 하나?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어색함 같은 감정이 올라오거나 곧잘 귀찮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생각도 없이 훅 하고 행동이 갈 때가 있다. 한 번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지인에게 우황청심환을 건넸다. 타이밍 좋게 물건 정리를 하던 도중에 우황청심환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마침 옆에 있던 지인이 이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이런저런 생각도 없이 '우황청심환 먹을래?' 물어보고 '지금 L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 표현했더니 지인이 기뻐했다. 지인이 기뻐하니 내 마음도 함께 기뻐졌다. 9천 원짜리 우황청심환 하나에 당신이 이걸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표현이 전부였는데 그걸 나누고 나니 상대도 기쁘고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좋다고 하는 유산균을 샀는데 아무래도 이런 걸 잘 챙겨 먹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 보니 계속 두고 안 먹게 됐다. 건강 챙기기를 좋아하는 지인 생각이 났고 (보통은 주면 좋겠네 생각하더라도 연락하고 건네주고 그 이후의 과정이 귀찮아서 망설였는데...) 연락을 했다. 유산균이 있다. 먹을 생각이 있다면 주겠다. 말했더니 좋다는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유산균을 주면서 나는 있어도 먹지 않는 하루 견과류 같은 것도 같이 챙겨서 줬다. 지인은 고마워했고 유산균을 주는 나도 고마웠다. 주는 사람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감정. 받아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어색하지만 앞으로도 나누는 연습을 해봐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다. 나누면 내가 마음이 좋다는 걸 알겠는데 그걸 실행하기까지 허들들이 있다.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망설임이나 과정을 생각하면서 귀찮아한다거나 괜스레 계산기를 두드리는 습관 속에 빠진다. 습관화가 된 사람들은 나눈다는 생각도 없는 경지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또 그렇게 비우고 나누고 하는 것이 나한테 좋다는 걸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일 거다. 한 번 두 번 해볼 때마다 이건 나한테 좋다. 하는 부분들이 명확하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우유만 넣고 상온에 두고 있으면 하루 만에 요구르트가 뿅 하고 만들어지는 괜찮은 요구르트 씨앗을 가지고 있다. 이걸 조그만 통에 소분해서 나눔을 해볼까? 이걸 속으로 생각하면서 실제로 실행하면 나눔이 되고, 뭘 또 그렇게 번거롭게 하나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생각하면 생각에만 그치게 될 거다. 어쨌든 다 연습의 과정이다. 어색해도 또 해보고, 생각났을 때 또 해본다. 내가 이제까지 받아온 수많은 나눔들, 마음들, 정성들에 비하면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 살아왔다. 그 나눔과 보살핌이 감사하고, 나도 나눌 것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참 감사한 날이다. 

요거트 씨앗. 사실 소분하기 좋은 통을 다이소에서 이미 봐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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