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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3. 2023

나도 들어보고 싶다.

덜렁이의 바람

사람에겐 다양한 능력들이 주어지는데 나에겐 물건을 오래 잘 보존해서 쓰는 능력은 없는 게 분명하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매번 비슷한 류의 실수가 발생되는데 이런 내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지 않은 것만 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할 의지도 없다는 게 느껴진다. 


오늘도 사용 중인 아이폰 전면 액정이 깨졌다. 사건은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발생했다. 옷장에서 티셔츠 하나를 손을 뻗어 꺼냈는데 마침 그 옆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던 아이패드가 아래로 낙하했다. 근데 또 마침 그 아래에 핸드폰이 있었고 아이패드가 핸드폰을 쾅하고 박았다. 아이패드도 옆면에 보기 싫은 찍힘이 생겼지만 아이폰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강화필름도 붙여뒀던 터라 처음엔 강화필름만 보기 싫게 금이 간 줄 알았다. 필름을 갈기 위해 깨진 필름을 제거해 봤더니 필름이 문제가 아니고 액정 자체가 깨져 있었다. 속상했다. 액정이 깨졌는데 내 마음에도 금이 가는 것 같은 씁쓸함이라니.


바꾼 지 1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이폰인데 벌써 액정이 깨진 거다. 사실 이 폰도 그전에 쓰던 폰을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 깨면서 부랴 부랴 샀던 폰이다. 그전 폰도 전혀 예상치 못 했던 타이밍에 (모든 사건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일어나지만) 거짓말처럼 손에서 폰이 쓱 미끄러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자유 낙하를 했었다. 액정은 촤라락 아예 금이 갔고 디스플레이가 고장이 났다. 이상한 빛을 뿜어내어서 눈이 아파 폰 액정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액정을 교체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 끝에 새로운 폰을 구매하는 것으로 마음을 결정했었다.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다니. 현타가 왔다. 다행히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 폰을 박살 낸 이후로 나의 똥손을 인정해 이번 아이폰은 애플케어를 가입해 뒀다. 사용하는 동안 곱게 사용해서 애플케어를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건만 내일 당장 서비스센터를 달려가봐야 할 입장이 됐다.  


다른 물건들은 또 어떠한가. 형편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전자기기를 사서 오래 쓰지 않는 편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깔끔하게 사용하진 못 한다. 중고 거래 할 때 보면 3-4년은 썼다는데 흠집하나 없이 찍힘 하나 없이 오염 하나 없이 깨끗하게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저 보면서 신기할 뿐이다. 대체 비결이 무엇인가! 아마 나와는 다르게 조심 조심해서 물건을 만지는 행동거지 DNA가 그들에겐 탑재되어 있을 거다. 어쨌든 이전까지 사용했던 노트북은 7-8년 정도 된 노트북인데 아직까지 쓸만해서 사용을 간간히 하고 있다만 아쉬운 지점은 외관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깔끔하지 못하다는 거다. 이것도 조금만 살폈더라면 쉽게 물이 드는 마우스패드와 노트북을 한 곳에 보관하지 않는다든지 흠집이 덜 나게 조심을 한다든지 했을 텐데... 뒤늦은 후회를 해봤다.  


옷은 세탁법이나 관리법을 세심하게 보지 않고 세탁을 해서 품이 넓은 니트옷을 아기  옷을 만든다거나 보풀이 잔뜩 일어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흰색 옷은 빨래한다고 하고 과탄산수소로 관리를 한다고 해도 어쩐지 남들보다 하얗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때는 옷을 너무 오래 햇볕에 걸어두어서 색깔이 변하게 한 적도 있다. 부끄럽지만 옷이 삭은 경우도 있었다. 아마 깔끔이분들은 상상이 안 될 거다. 옷걸이에 옷을 잘못 걸었다가 모양이 변해서 못 입게 되는 옷도 있었다. 뭐든 시행착오가 중요하다지만 학습되고 연구되는 부분이 현저히 더딘 것으로 보아 나는 이런 쪽으로는 재능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비싼 옷이나 명품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명품 아닌 옷도 잘 관리해서 입는다면 명품같이 보일 판일 텐데 나처럼 관리했다간 아무리 비싼 옷이나 명품도 그 모양 그대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몸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몸 어딘가에 멍이 들어있는 경우들이 있는데 주로 무릎, 팔꿈치 등 부딪혀서 멍이 생기기 좋은 곳들이다. 문제는 이게 언제 어디에서 부딪혔는지 의식이 안 된다는데 있다. 언젠가 살펴보면 어? 언제 이렇게 또 생겼지? 이러는 수준이다. 


평소 정말 인지를 많이 못 하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내가 참 많이 덜렁대고 부딪치고 떨어뜨리고 주의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서 돌아보게 됐다. 신경 쓰고 의식하지 않으면 물건이든 몸이든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살아야겠다. 잠시 방심하면 원래의 내 행동으로 돌아와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테니 몸에 익히는 연습이 중요하겠다. 물건이든 몸이든 소중하게 사용하고 아껴서 사용하고 잘 관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찬찬히 관찰해 보고 연습해야지. 아이폰 액정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하고 동기유발을 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본다. 


나도 들어보고 싶다. '어머, 물건을 어쩜 이렇게 깨끗하게 잘 사용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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