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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17. 2023

귀찮아 망설이던 일을 하고 나니

나한테 좋은 일 

여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잠시 일을 놓고 여러 부분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때 했던 것들도 차차 공유하고 싶긴 한데 어쨌든 이런 시간들을 가지다 보면 왜 인지 일상으로 복귀해서 해야 될 일들이 더 떠오르고 평소에 잘 풀리지 않던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나 영감들도 쉽게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꼭 물리적으로 쉬어주는 건 아니더라도 머리와 마음의 쉼은 참 필요하구나 싶다.


얼마 전에 나누는 것이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사람이라 나누는 연습을 해봐야 되겠다고 결심까지나 했었는데 그때 한 번 실행해 보면 좋겠다고 했던 요거트 씨앗 나눔에 대한 생각이 잔잔하게 들었다. 냉장고에 얌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요거트 씨앗이 떠오르면서 돌아가면 당근에 글을 올리고 이렇게 저렇게 소분해서 나눔을 해야지 구상을 했다. 그러곤 혼자 흐뭇해하며 웃기도 했다. 


돌아와서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일단 나눠줄 수 있도록 요거트 씨앗을 담을 통부터 구매했다. 돌아다니는 건 좋아하는 편이면서도 또 이런 것들을 챙기는 건 귀찮아하는 나로서는 여기서부터 마음을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요거트 씨앗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고 또 요즘 같은 세상에 낯선 이 가 주는 밀폐되지 않은 음식이 믿어줄까? 하는 반신반의 하는 마음과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서 가져가서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당근에 글을 올렸다. 


요지는 '우유와 요거트 씨앗을 섞어 상온에 하루 정도 되면 요거트가 만들어진다.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일정 정도 양만 남겨두고 우유와 섞으면 계속 요거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신통방통한 씨앗이라 좋은 걸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도 담았다. 


가지고 있는 요거트 씨앗이 통으로 소분을 해보니 4분 정도에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거트 씨앗의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니 대면으로 전달해드려야 하는데 연락 오는 분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난관 봉착. 문의를 해주시는 방식도 스타일이 참 달라 재밌었다. 본인에게 시간을 맞추려고 하시는 분들은 참 난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을 정해두었는데 잠 들어서 못 나간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나눔을 하는 건데 나눔 하는 사람 일정에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나를 보면서 나눔을 하려면 시간도 그 정도 빼두고 여러 가지 맞춰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운 것 같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요거트 씨앗의 존재(?)를 기억으로 가지고 계시거나 애타고 찾고 계셨던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채팅이 오가는 속에 각자 요청하는 일정들이 다르고 일일이 맞춰주기엔 무리가 있어서 나눔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그 일정이 가능하신 분들에게 나눔을 해드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오히려 간단해져서 일정이 되시는 분들과 빠르게 소통을 하고 바로 실행을 할 수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 약간 두근 두근하는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들고 있자니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나눔을 받으실 분들이 도착하셔서 요거트 씨앗을 드리면서 요거트를 만드는 방법, 보관 방법 등등 설명을 해드렸다. 받는 분들이 고마워하시면서 받아 가셨는데 어떤 분들은 '돈 주고 사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눔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거듭 감사함을 표시하시는 분도 계셨고 '나눔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누가 이렇게 시간 내서 이런 걸 다'하시며 줄 건 없는데 하시면서 우유 하나를 쥐어 주시던 어르신도 계셨다. 나중에 따로 채팅창으로 음료라도 사드리면 좋았을 텐데 경황이 없어서 못 사드렸다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주신 분도 계셨다.


통을 사고, 요거트를 통에 담고, 채팅에 답변하고 일정을 잡고, 약속 장소로 나가서 전달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다면 귀찮을 수 있는 과정이었고, 사실 진행을 하면서도 귀찮기도 한데 하지 말아? 하는 마음이 언뜻 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소소한 허들들을 넘고 내가 가진 것 중에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눔 하고 나니 참 좋았다. 이런 게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일까? 아마 내가 나눔 한 요거트 씨앗을 다른 분들도 나눔을 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좋은 마음이었다. 


나눌 수 있는 게 있어서 감사하고, 귀찮음이란 허들을 넘은 게 감사한 하루다. 


따뜻한 후기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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