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분명 고양이 키우시죠?
얼굴이 고양이 상인지, 책방 사장님이 연신 고양이 키우는지 물어봅니다. 성북동의 작고 아담한 책방을 찾았습니다. 고양이에 관한 책들이 중심인 <책보냥>이라는 독립서점입니다.
띵동!
여느 서점과는 달리 한옥인 이곳은 벨을 누르면 책방의 주인이 직접 나와 문을 열어줍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마당이 나오고 툇마루에는 서점의 진짜 주인공인 고양이 한 마리가 햇빛 일광욕 중입니다.
한량 고양이입니다.
왠지 원숙해 보이는 고양이의 얼굴을 사진에 담자니,
귀찮은 고양이는 고양이 학파의 디오게네스처럼 햇빛이나 가리지 말라고 갸르릉 거립니다.
아! 미안! 그래도 조금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된 듯 우쭐한 기분입니다.
고양이 전문 서점이라니… 귀여운 서점 안에는 온통 고양이와 관련된 책과 그림, 물건들도 가득합니다. 마당을 바라보는 들창 책상에 앉아, 구매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 고양이의 비밀>을 펼치는 사이 책방 사장님이
‘고양이 키우시죠?’ 질문한 겁니다.
‘아뇨! 실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아주 심해요’
‘그럼 어떻게…’
‘알레르기 약을 2알이나 먹고 왔죠... 조금 있다 또 먹어야 해요’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아주 심합니다. 고양이가 스쳐지나만 가도 온몸에 털이 쭈뼛 서고 눈과 목은 만화 심슨가족처럼 이내 튀어나오고 붓게 됩니다. 최루탄과 고춧가루를 눈에 뿌린 듯 아려오고 콧물은 한여름 장맛비처럼 흘러내립니다.
전쟁,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고양이입니다.
결코 싫어하는 게 아닌데... 좋아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고양이는 철학자를 닮았습니다. 사람에 상처받고 사랑에 아파하고, 팍팍한 삶에 흔들려도.. 주인 곁에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사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통달한 듯한 모습입니다. 한번 안아보려 하면 꼬리를 배배 말아 이내 엉덩이를 빼고야 맙니다. 그러다가 자기 맘대로 또 슬금거리며 다가와 몸을 쓰다듬게 허락합니다. 어찌나 시크한지 사랑을 줘도 좀처럼 감사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 자식처럼 일방통행 사랑입니다.
내 안에 무엇이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고양이에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원해도 만질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애틋한 마음은 멀리서만 바라볼 운명인가 봅니다. 간절히 바라지만 내 것이 될 수 없는 게 또한 인생인 듯싶습니다.
슬픈 도시의 고양이, 슬픈 도시의 낭만 고양이입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그런 인.연.이라면 오늘도 알레르기 약을 먹을 수밖에요…
짝꿍은 강아지 상인데…
심한 비염이라 개를 키우지 못합니다.
우리 두 사람 천상 물고기나 기를 팔자인가 봅니다.
P.S.
회사에서라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졌습니다.
함께 있으면 광고 아이디어가 무럭무럭 샘솟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누가 어떻게 키우지?
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