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
파리지앵은 결코 늙지 않습니다.
파리지앵에게 늙음이란 패션을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들의 파리...
파리다움의 선선한 밤공기를 큰 호흡으로 마십니다.
회랑을 따라 주욱 걸어갑니다.
그러다 아주 낯익은 그림을 또 한점 발견합니다.
앵그르의 작품 그랑 오달리스크 예요..
사실... 현실적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몸입니다. ^^'
뭐... 기린도 아니고....
사슴도 아니고....
이렇게 허리가 길고 팔다리가 길면...
오히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형체일 텐데...
아름답죠?
비례도 전혀 맞지 않는데 말이죠.
이상한 일입니다.
앵그르는
여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과장되게 묘사하여
아름다움을 의도적으로 극대화했습니다....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정말 고혹적이네요..
어때요?. 그렇게 보이시나요?
또 다른 앵그르의 작품을 보고...
정말 여성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은 은하계 최강 같아요~~~ ^^
다음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입니다.
루브르는 다녀오신 분들은 너무나 잘 알 텐데,
다비드의 많은 작품들이 루브르에 있습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였으며 아주 정치적인 화가였어요.
오전에 쉴리관에 있던 마라의 죽음을 포함해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사비니 여인의 중재, 소크라테스의 죽음,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서 등 엄청난 대작들이 많습니다.
사비니 여인의 중재라는 그림예요.
5m가 넘는 이 대형 그림이 과거 살롱에 전시됐을 때...
당시 여성 관람객들 사이에 오페라글라스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왜냐???
아무리 퇴폐적이라 해도... 당시 보수적인 귀족 사회!
자세히 보고는 싶은데 대놓고는 못 보고
마드무아젤 퐁파두르... 혹시 루브르에서 그 엉덩이 봤어요?
엄무나...으흐흐...보긴봤죠...몰래 몰래....좋더라구요..
어머 머머... 망측해라... 나도 오페라글라스 좀 빌려줘요...
오페라글라스로 귀부인들이 몰래... 자세히(?) 사내의 애플힙을 훔쳐 봤거든요.
실제로 사람 크기다 보니 저도 앉아서 한동안 보게 되네요...@ㅡ@
귀국하면 미칠 듯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아자 아자!
한 번쯤을 봤을 이 그림이 바로 다비드의 작품이죠...
실제로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을 때
당나귀에 올라타 콧물을 질질 흘리며 고생 고생 생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멋지게 그림을 그려주니...
이런 그림을 보고... 당연히 다비드를 이뻐할 수밖에 없었죠!
드농관에서 벌써 6시가 넘었네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고 오늘 루브르 일정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서둘러 리슐리외관으로 이동합니다.
리슐리외관 1층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전시물들로 가득합니다.
거대한 조각상들을 지나,
제가 찾는 전시물이 저 멀리 보입니다.
아시겠어요?
바로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볼까요?
부조물 아래 쐐기 모양의 문자가 보이시나요?
뒤로 돌아 가봅니다.
기원전 1750년 경에 만들어졌으니,
지금부터 무려 3,771년 전에 법전예요...
대단하죠.
TIP.
함무라비 법전, 그것이 알고 싶다!
참 많이도 들어봤을 이름...
바로 함무라비 법전이죠.
메소포타미아 문명... 바빌로니아....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 세계 최초의 성문법...
내용은 간단히 요렇습니다
1조. 살인죄로 남을 고발한 사람이 죄를 밝혀내지 못하면 고발한 자를 죽인다.
(함부로 고발하면 그냥 죽겠어요...)
7조. 물건을 훔쳤다가 걸려서 30배, 10배로 갚지 못하면 죽인다.
(도둑질 걸리면 끝이라는 거겠죠.?)
108조. 술을 속여 팔거나 비싸게 팔면 강물에 던져버린다.
(술에 물 타지 맙시다)
128조. 아내를 얻고도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아내가 아니다.
(권태기 유부남들은 생각이 복잡해지겠는데요...)
142조. 남편이 바람 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갈라설 수 있다
(쿨하게 헤어지자! 쿨하게!! 어딜 감히...)
143조. 아내가 바람 폈다면 강물에 던져버린다.
(남편도 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154조. 아버지가 딸을 취했을 경우 도시에서 추방한다.
(이런 미친....쉑~히)
195조.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때렸을 때는 그 손을 자른다.
(폐륜을 당연히...!! 동의해요!! )
196조. 자유인의 눈을 뺀 자는 그 눈을 뺀다.
(오호~~ 이것이 바로 눈에는 눈이군요)
197조. 자유인의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
(이에는 이!)
215조. 의사가 수술칼로 중대한 상처를 만들어 사람을 죽게 했거나
수술칼로 각막을 절개해 눈을 못 쓰게 했으면 그 의사의 손모가지를 자른다!
(이거 좋네요!!!!!!!!!!!!!!!!!!!!)
7시 30분...
이제 고대의 세계에서 오늘 루브르 관람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오늘 9시에 루브르에 입장했으니...
10시간 30분을 이곳에 머물렀군요...
어제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에 이어 오늘 루브르까지 ...
조금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시간였습니다.
루브르를 빠져나오니 시원한 저녁 공기가 느껴집니다.
루브르 앞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몇 년 전 파리 방문에서
커피를 마셨던 바로 그곳입니다.
당시를 기억하면,
제 옆 테이블에 80세 노신사 두 명이 커피와 와인을 나눠 마시고 있었습니다.
백발의 노인은 하얀 콧수염에 반지와 팔찌, 스카프를 멋스럽게 목에 둘렀고,
맞은편 노신사는 트위드 헌팅캡에 트렌치 코트 차림였습니다.
왜 그리도 잘 아느냐구요?
제가 그날 운동복... 즉 츄리닝 차림였거든요...
그때 두 노인이 제 옷차림을 뚫어져라 봐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젊은 나이인 제가 그들보다 훨씬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파리지앵은 결코 늙지 않습니다.
파리지앵에게 늙음이란 패션을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들의 파리... 파리 다움의 선선한 밤공기를 큰 호흡으로 마십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저 빈자리 테이블에 앉습니다.
카페의 앞엔... 코미디 프랑세스가
오른쪽엔... 팔레 루아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가히 생토노레 가와 오페라 가가 교차하는 광장을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 루브르를 생각합니다.
무언가 작지만 뿌듯한 기운이 꿈틀거립니다.
그러면서도 또 가슴 한켠으로 파리의 멜랑콜리가 일렁입니다.
아마도 이른 1월 초, 파리의 바람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한참....파리의 밤과 함께 합니다.
이제 파리의 6층 다락방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팽이 108 계단을 올라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힙니다.
내일은 또 어떤 파리가 저를 기다릴까요? 잘 자요~
* 혹, 제 경험과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