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는 버킷리스트가 없다

by BOX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빼꼼~ 고개를 쳐든 단테가 지옥문 앞에서 맨 처음 본 문구다. 그렇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소설 <신곡>에서 주인공 단테는 지옥문 앞에 떡하니 붙어있는 이 어마무시한 광고 카피를 마주한다. '여러분~ 모든 희망을 버리쇼!' 그러니까, 지옥은 다시 살아나거나 구제될 희망이 없는 아주 살벌한 곳이라는 거다. 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제 아무리 기도하고 몸무림 쳐봐야 아무짝에 소용없다. 그러니 희망 따위 버리라는 거다. 바꿔 말해 희망이 없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말이 되시겠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먹고살기도 힘들어죽겠는데, 무슨 놈의 희망타령인가. 그리 말할 수도 있다. 맞다. 하루하루 팍팍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일상에 얼어 죽을 희망 따위가 뭔 대수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한가한 소리일랑 접어두고, 오직 살아가는 일에만 몰두하면 그만인 걸까?


영화 <쇼생크탈출>은 바로 그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명 높은 감옥 쇼생크에 수감된다. 그는 억울하다. 촉망받는 은행가였던 그가 졸지에 살인범으로 몰린 것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것도, 악랄한 재소자 패거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것도 죽을 맛이다. 이런 교도소에서 죽을 날까지 살아야 한다니. 이건 정말 지옥이다.


재소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은 모두 억울한 누명으로 수감됐다고 말한다. 누명을 썼다는 거다. 그런 탓에 그들은 하루빨리 담장 밖 세상으로 나기길 희망한다. 오직 그 '희망'만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갈 유일한 이유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쇼생크에서 살았던 늙은 수감자, 브룩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브룩스는 펄쩍펄쩍 좋아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왜일까? 자유인을 꿈꾸며 희망 속에 살아왔던 브룩스에게 쇼생크 감옥은 희망이 존재하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감옥에서의 50년 동안 그는 늘 '언젠가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살았다. 한데 이게 뭔가? 세상밖으로 나온 그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맞다. 희망이 사라진 세상 밖은, 그에게는 지옥인 셈이다. 그러니 지옥에서 벗어나려 들 수밖에. 이게 바로 브룩스가 스스로 목숨을 던진 이유다. 어쨌든, 주인공 앤디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는 탈옥하기 전, 오랜 절친인 레드에게 말한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니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희망을 품어보자. 이게 바로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일테다.



내일은 없다. 지금 당장!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은 리스트를 말한다. 카터와 에드워드는 시한부 환자다. 맞다. 죽을 날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사실 그들은 살만큼 살았다. 돈도 벌만큼 벌었다. 이들에게 대체 무슨 희망 따위가 있겠는가?


영화 <버킷리스트> 속 두 주인공은 우연히 같은 병실에 입원한 시한부 환자다. 이미 살 만큼 산 성질 고약한 노인 에드워드는 늘 불평불만이다.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는가?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찾아와 주는 가족도 없다. 그러니 죽기만 기다리며 점점 더 고약해져만 간다. 반면, 카터는 죽기 전에 하기 싶은 일을 종이에 적는다. 다름 아닌 버킷리스트다. 자신 앞에 남은 날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 안에서조차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여행을 떠난다. 버킷리스트는 때론 사소하고 때론 거창하다.


이들은 타투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키스를 받고, 이집트 여행을 하고, 신나게 클럽에서 놀기도 한다.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간다. 물론 영화다. 그렇다. 아주 팔자 좋은 영화다.


한데 이상하다.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마음을 움직인다. 왜일까? 그들은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시간 동안, 작고 사소한 희망을 끝까지 붙든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고, 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그들은 비로소 살아 있는 시간을 살아낸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온전한 예의다.




희망고문으로 AI 물리치기


이제부터 앞으로의 소소한 희망을 담아 버킷리스트에 적어보자. 거창할 것 없다. 연필 한 자루를 사고, 미뤄둔 책을 읽고,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고, 홀로 커피를 마시고, 보고팠던 전시를 보겠다는 마음도 좋다. 그렇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희망이 잊혀질 때마다 버킷리스트를 다시 꺼내 보는 거다. 이루어진 리스트엔 죽~죽 연필로 줄을 긋자! 미처 이루지 못했다면 또 어떤가? 좋은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맞다. 희망은 좋은 거다.


자 이제부터 AI에 맞서보자! '버킷리스트 따위로 AI를 물리친다고? 이 무슨 말 같잖은 소린가!' 반문할 수도 있다. 다 이해한다. 그렇지만, 분명 버킷리스트는 AI에 대항하는 인류의 가장 완벽한 무기다. 자! 공격이다. 쉽다. 미처 우리가 이루지 못한 리스트로 AI를 고문하면 그만이다. 빙고! 이게 바로 희망고문이다. 이제 곧 희망고문에 못 이긴 AI는 힘없이 나가 떨러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아날로그만이 AI를 이긴다. 종이 위에 희망을 적고, 연필로 줄을 긋고, 작은 기대를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일. 어쩌면 인간이 끝까지 온전한 인간으로 남는 방법은 그런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희망을 적는 손, 줄을 긋는 연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러니 사소하지만, 오늘도 희망을 품어본다. 인류의 희망이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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