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6 토요일, 여행 10일 차
39번째 생일날.
하지만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하루라는 아쉬움이 더 큰 하루의 시작이다. 오늘은 쿨~하게 수영을 안 해도 상관없다는 아이들의 협조 속에서, 아침을 먹고 North shore로 향했다.
첫 번째 예정지는 Haleiwa 마을이었다. 지난 주말 실패했던 닭을 한 마리 먹어야지. 하와이 길거리 닭집 중 가장 유명하다는 Haleiwa 마을에 있는 Ray’s Kiawe Broiled Chicken를 향해 출발했고, 이미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전기구이 통닭 냄새가 나의 뉴런들을 자극하며 침샘이 폭발하면서, 차를 길가에 대충 주차하고 닭 파는 천막을 향해 뛰게 만들었다.
대기 손님들이 많았지만, 닭 굽기 달인의 손에 의해 50여 마리의 통닭들이 그릴에서 빠른 속도로 구워진 후 박스까지 담기는 시간이 순식간이라,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들이 통닭이 되고 있는데 그 옆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던 닭들을 보면서, 우리 선조들이 괜히 닭대가리란 말을 욕으로 사용한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Ray’sKiawe Broiled Chicken]
여긴다 좋은데 정식 식당이 아니다 보니 앉아서 먹을 곳이 없었다. 큰 돌이 하나 보여서 거기서 먹을까 했는데, 어떤 십 원짜리 같은 놈이 치맥을 즐기고 술꼬장을 부렸는지 오줌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서 차에 들고 와서 먹기 시작했는데, 와우! 이건 초등학교 때 참치캔을 처음 맛보았을 때 정도의 미각 충격이었다. Giovanni’s Shrimp가 그냥 커피면, Ray’s Chicken은 TOP다. 한국에서처럼 시큼한 무김치와 케첩과 마요네즈를 듬뿍 뿌린 양배추 샐러드를 함께 먹었다면 인생 역대급 음식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단연 하와이에서의 최고의 한 끼였다.
[미슐렝 2 Star를 주고 싶은 길거리 음식]
점심을 먹은 이후, 우리 가족에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비밀의 바닷가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Turtle Beach, Sunset Beach 등도 있었으나, 어차피 오늘도 거북이는 나오지 않을 터, 가볍게 통과해버리고 목적지로 향했다.
근처에 도착하고 보니, 지난번에는 도로가에 차가 한 대도 없었는데, 오늘은 우리가 주차해놨던 그 위치에 차들이 몇 대 보인다. 아, 오늘이 토요일이구나. 주말에는 이 곳에도 현지인들이 찾는구나.
난 할 수 없이 지난번보다 100여 미터 아래쪽에 주차했다. 이곳에도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그리고 날씨가 지난번보다는 흐려서, 따가운 햇살에 비칠 때 에메랄드빛으로 보였던 바다의 컨디션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번 그 지점으로 가볼까 했는데, 그곳에도 10여 명의 사람들이 놀고 있다. 너무 기대를 하고 와서일까, 전체적으로 뭔가 조금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훌륭한 바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우, 지아, 나는 차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바닷가에서 들어갔는데, 물이 지난번보다 차가워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비밀의 바다 입구, 하늘에서 내려온 그네]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물놀이]
적당히 물놀이를 하고, 준비해 간 생수로 샤워를 하고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물기와 모래로 옷들이 꿉꿉하고 찝찝했지만, 30분만 지나면 모래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옷들도 자연 건조가 되어 뽀송뽀송해진다.
마음 같아선 2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안도로를 타고 하와이를 한 바퀴 돌고 싶었으나, 지우 지아가 오래 차 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패드의 집중력도 한 시간 남짓이라 그 안에 운전을 끝내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위해 좋다.
우린 내륙을 가로질러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왔고, T.J.MAXX와 Waikele에서 전날 산 옷 일부를 환불 및 교환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완료하였다.
[엄마는 환불하고 애들은 격하게 논다]
마지막 날 밤은 다시 바비큐 파티를 했다. 한 번 해봤더니, 여기 그릴과 숯에 대한 적응력이 생겼다. 겉은 살짝 탔고 가운데 부분만 적당히 붉게 남은 것이, 지난번보다 훨씬 양질의 Medium Well-done 고기가 나왔다.
한바탕 고기를 굽고 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기 냄새가 진하게 진동하는 것이, 반찬 없이 냄새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부의 상징 고기 냄새를 한껏 머금은 지금의 상태로, 퇴근길 9호선을 한 번 타고 싶구나.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막찬]
아쉽게도 이렇게 마지막 날이 저문다.
와이프는 짐 정리를 시작했고, 지우는 또 숙제를 하고, 지아는 혼자 노래 부르고 있다. 올 때 8시간 비행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돌아가는 11시간 비행이 벌써 걱정이 된다. 지우는 최근 몸이 안 좋으셨던 외할머니가 보고 싶고 걱정된다고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고, 지아는 집에 가기 싫다고 계속 호텔에서 살자고 한다.
그래, 아빠도 호텔에서 계속 살고 싶긴 한데, 애들에게는 말은 안 했지만 여기 호텔방 안에서도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았다. 만약 내가 하와이에서 산다면, 금융, IT, 바이오, 전기자동차, 드론 등등 업종 다 필요 없고, 세스코 같은 회사나 만들어서 해충 생태계를 완전 박멸하고 싶다. 그리고 보너스로 우리의 Hanauma bay행을 두 번이나 방해한 Jellyfish들도 내가 다 물리치고 싶다.
자, 마지막 날 밤엔 꿈에서라도 거북이 한 번 만나고 싶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