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오목인가.
지우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오목을 둔다고 한다. 다행히 이미 규칙은 알고 있다. 호기롭게 덤비는걸 가볍게 이겨줬다. 제대로 두면 부녀지간 사이만 나빠질 듯하여, 그때부터 꼰대 오목을 두기 시작했다.
“이건 왜 여기 뒀어?”
“여기보단 저기 두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저기 두면 아빠의 열린 3도 막으면서 너도 공격을 이어갈 수 있잖아.”
“아빠 여기 둔다. 그럼 네가 어딜 막아야 하지?”
아직은 아빠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걸로 믿고 있는 순수한 9살 아이라서, 아빠의 꼰대 훈수에 부잣집 요크셔테리아 마냥 반항하거나 삐죽 대진 않았다. 그렇게 몇 판 훈수 오목을 두고 나니, 지우의 바둑알들이 제법 전략적인 위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애들은 뇌가 말랑말랑하구나. 내가 방심을 하다가 몇 판 지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 헷갈리는 포인트들이 생긴다. 육목이 되면 끝난 건지 아닌 건지, 3 3 공격은 반칙인지 아닌지 등.
찾아보니 먼저 두는 흑돌은 3 3 공격이랑 육목은 안되고, 뒤에 두는 백 돌만 이 모든 게 인정된다. 오목에도 이런 룰이 있었구나. 오목을 한참 많이 두던 중고등학교 땐, 그냥 싸움 잘하는 사람이 “내 먼저 둔다. 불만 있나”하면서 흑돌로 먼저 시작했고, 3 3 공격의 허용 여부는 그때 그때 달랐다. 마치 고스톱 칠 때 따닥이나 쪽에 대한 룰이 지역마다 다르듯이.
딸의 자존감을 위해 난 눈에 핏대를 세우며 최선을 다해서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하여 일부러 져주려고 두진 않았다. 체력 저하로 집중력 떨어진 딸에게 막판 3연승을 거두며 오목 레슨 끝.
이미 아빠보다 잘하는 게임이 늘어가고 있기에, 오목과 달리기는 아빠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오늘도 아빠가 이기겠지만, 이제 너 흑돌 시에도 3 3 공격은 봐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