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五目)

by 손창우

얼마만의 오목인가.


지우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오목을 둔다고 한다. 다행히 이미 규칙은 알고 있다. 호기롭게 덤비는걸 가볍게 이겨줬다. 제대로 두면 부녀지간 사이만 나빠질 듯하여, 그때부터 꼰대 오목을 두기 시작했다.


“이건 왜 여기 뒀어?”

“여기보단 저기 두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저기 두면 아빠의 열린 3도 막으면서 너도 공격을 이어갈 수 있잖아.”

“아빠 여기 둔다. 그럼 네가 어딜 막아야 하지?”


아직은 아빠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걸로 믿고 있는 순수한 9살 아이라서, 아빠의 꼰대 훈수에 부잣집 요크셔테리아 마냥 반항하거나 삐죽 대진 않았다. 그렇게 몇 판 훈수 오목을 두고 나니, 지우의 바둑알들이 제법 전략적인 위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애들은 뇌가 말랑말랑하구나. 내가 방심을 하다가 몇 판 지기도 했다.


20160506_163914.jpg 집중 중인 알파G


그래도 가끔 헷갈리는 포인트들이 생긴다. 육목이 되면 끝난 건지 아닌 건지, 3 3 공격은 반칙인지 아닌지 등.


찾아보니 먼저 두는 흑돌은 3 3 공격이랑 육목은 안되고, 뒤에 두는 백 돌만 이 모든 게 인정된다. 오목에도 이런 룰이 있었구나. 오목을 한참 많이 두던 중고등학교 땐, 그냥 싸움 잘하는 사람이 “내 먼저 둔다. 불만 있나”하면서 흑돌로 먼저 시작했고, 3 3 공격의 허용 여부는 그때 그때 달랐다. 마치 고스톱 칠 때 따닥이나 쪽에 대한 룰이 지역마다 다르듯이.


딸의 자존감을 위해 난 눈에 핏대를 세우며 최선을 다해서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하여 일부러 져주려고 두진 않았다. 체력 저하로 집중력 떨어진 딸에게 막판 3연승을 거두며 오목 레슨 끝.


20160506_163744.jpg 전 판의 패배 이후 기분이 좋지 않은 알파G


20160506_163612.jpg 이번 판도 형세가 불리하여 우울해지는 알파G


20160506_164500.jpg 패배를 직감하고 울기 직전의 알파G와 옆에서 마냥 즐거운 알파g


20160506_164445.jpg 3연패 후 백돌을 집어 던지며 울음을 터뜨리는 알파G - 백돌이 날아가는 모습 포착


이미 아빠보다 잘하는 게임이 늘어가고 있기에, 오목과 달리기는 아빠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오늘도 아빠가 이기겠지만, 이제 너 흑돌 시에도 3 3 공격은 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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