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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Feb 14. 2017

월간 김창우 : 영화리뷰 1~30

원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의 영화 생활에 균열이 생긴 것은 라라랜드를 본 후였다. 정확히는 라라랜드에 대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글을 본 이후였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이렇게 고차원적으로 해석하고 유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마치 동네 체육관에서 운동 좀 해서 샌드백 앞에서 쓱빡도 치고 롱훅도 걸고 어퍼도 꽂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흡족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거울 위에 달려있는 체육관 TV로 파퀴아오나 골로프킨의 운동 장면을 본 듯한 충격이었다. 복싱만큼 영화보기에서도 전문가들과의 내공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난 그저 시원하게 다 때려 뿌수고 찰지게 욕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무조건 재미있다고 손뼉 쳤었는데, 그건 영화 보는 수준이 한없이 낮아서였다.  


이번 생애에선 이동진 평론가 수준까지는 힘들겠지만, 영화 보는 근육을 조금 더 키워보고 싶었다.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 '영화 많이 보기'. 뉴스도 끊고 예능도 끊었다. 챙겨보던 썰전과 케이팝스타도 끊었다. 물론 최후의 보루 UFC는 끊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회사 밑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명품도시 남양주까지의 퇴근길에, 집에서 잠들기 전에, 주말에 아이들과, 영화를 닥치고 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친구가 프로젝터도 하나 보내줬다. 그렇게 2017년 들어 45일간 본 영화를 세어보니 31편이다. 많이 봤구나. 무슨 영화를 봤는지도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까먹기 전에, 31편에 대한 코멘트를 남겨 본다.


단, 이 많은 영화의 스포를 모두 언급한다면, 그건 영화계의 테러리스트이자 양아치다. 그래서 최대한 스포는 배제한 채, 내 멋대로 평점까지 남겨 본다.






1. 공조 (Confidential Assignment, 2016)

(★★ 2.5)

주인공 두 명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100% 확신이 드는 영화에서의 총격전은 상대방들이 얼마나 어이없게 죽어 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보게 된다. 불쌍한 엑스트라들은 참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잘 죽는다. '현빈의 비주얼'과 '유해진의 애드립 연기'의 조합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반 이상을 본 것 같은 기분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이들의 브로맨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기대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김주혁의 카리스마와 소녀시대 윤아의 연기력이 예상외의 선물이었다.


2.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4.5)

여기 31편 중 유일하게 와이프와 한 번 더 봤다. 라이언 고슬링의 시크함이란. 피아노도 직접 연주했다는 게 말이 되나. 남자로서 질투조차 나지 않을 만큼, 차원이 다르게 멋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위플래쉬에서도 그랬지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영화 엔딩신의 장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OST만 한 달 이상 주구장창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OST는 영화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글을 읽고 영화나 한 번 더 보는 걸로. 


3. 마스터 (Master, 2016)

(★★★ 3.0)

사기로 광합성을 하는 이병헌이나, 막연하게 개새낀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십새끼를 외치는 김우빈은 나쁘지 않았는데, 대한민국에 하나쯤 있어야 하는 물불 안 가리는 정의구현 경찰 치고 강동원은 너무 잘생겼다.


4. 더킹 (The King, 2016)

(★★★☆ 3.5)

이 세상에 진리가 몇 개 있는데, 정우성의 외모는 진리다. 조인성과 류준열의 잘생김이 인간적인 범주라고 하면, 정우성의 몽타주는 미친 것 같다.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라고 나래이션하던 비트에서의 정우성 리즈 시절 모습이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슈트 빨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아수라 같은 영화엔 나오지 말자.


5. 얼라이드 (Allied, 2017)

(★★☆ 2.5)

한국에 정우성이 있다면, 할리우드엔 브래드 피트가 있다. 다만 고전 멜로 느낌의 영화는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아닌 걸로.


6. 마이펫의 이중생활 (The Secret Life of Pets, 2016)

(★★ 3.5)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일루미네이션은 이미 디즈니와 픽사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것 같다. 토끼가 양아치라니.


7. 굿다이노 (The Good Dinosaur, 2015)

(★ 1.5)

픽사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보면서 반성하자. 이건 좀 심하다.


8. 업 (Up, 2009)

(★★ 2.5)

픽사야, 거봐. 2009년엔 이런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잖아. 다만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아이들 타겟으론 영화가 주는 감동 포인트들이 조금 성숙한 것 같고, 어른 타겟으로 보기엔 할아버지가 너무 미래소년 코난 급으로 힘이 세고 액션을 잘하셔서 몰입을 방해했다.


9. 주토피아 (Zootopia, 2016)

(★★ 2.0)

디즈니는 아직 저력이 있다. 그래도 분발하자. 일루미네이션 치고 올라온다. 그래도 나무늘보 캐릭터는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신스틸러였다.


10. 모아나 (Moana, 2016)

(★★★ 3.0)

디즈니 아직 살아있네. 겨울왕국 레벨까진 아니지만 올해 디즈니사의 영업이익에 상당한 역할을 할 듯.

아이들 데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영화가 아이들의 집중력 시간보다 길지 않길 바란다. 다행히 러닝타임 내내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다.


11.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 3.0)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영화를 몇 편 더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김민희가 왜 무리해서까지 좋아하는지는 알 것 같다.


12. 깡치 (Kkangchi, 2016)

(★★ 2.5)

영화를 보기 전 평점을 볼 때가 있는데, 이 영화는 평점이 역대급으로 낮았다. 그래도 학원폭력물 누아르 영화는 봐줘야 한다. 난 매니아니까.

영화를 다 본 후, 역시 영화는 개취다. 네티즌 평점 따윈 개나 줘버려. 이 영화 독립영화 치고 제법 잘 만들었고 충분히 재미있다. 감독이 연정모, 주연이 손우혁인데 동일인이었다. 손창우와 김창우처럼. 제2의 류승완 감독이 되길 개인적으로 응원한다.


13. 컨택트 (Arrival, 2016)

(★★ 2.0)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는 이 영화가 내겐 엄청나게 지루하게 느껴진 것을 보면, 확실히 평론가들과 난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가 다른 듯하다. 나에게 깡치와 이 영화 중 하나를 한 번 더 보라고 하면, 난 깡치를 택한다.


14.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2001)

(★★★☆ 3.5)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부문에서 영예의 1위에 선정된 영화다. 2G, 5G짜리 파일들도 있었지만 1위 영화 예우 차원에서 18G짜리 파일을 다운받았다. 일부러 아무런 정보도 없이 봤다. 감독이 데이비드 린치란 것도. 물론 알았더라고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으니.


영화는 상당한 몰입감을 안겨준다. 그런데 영화 중반이 되어서도 이 영화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경우 대부분 영화 후반부에는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며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 본 후에도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만, "아~"하는 탄성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 탄성의 근원이 감동인지, 놀람인지, 깨닭음인지, 허무함인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자그마한 탄성이 나왔다.


영화를 다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서둘러 해석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 역시 명확한 해석은 없었다. 이 정도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해석을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감히 해석 따위는 하지 마라고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려운 수학 증명 문제 풀이처럼, 이 영화를 클리어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 3.5)

이 영화도 BBC 21세기 최고의 영화에서 11위에 선정되었다. 그 유명한 코엔 형제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코엔 형제가 왜 유명한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난 찌질한 사람이 찌질하게 끝나는 영화가 싫다. 현실에선 그렇게 돌고 돌더라도, 영화에서라도 신데렐라로 만들어줬으면.


1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 4.5)

코엔 형제의 영화 재도전. BBC 21세기 최고의 영화 순위에도 인사이드 르윈보다 한 단계 높은 10위에 선정되었다. 영화 평론가들의 평점들도 역대급이었으나, 제목에 노인이 들어가 있으니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이드 르윈보단 코엔 형제를 이해하기 더 좋은 영화.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 출신답게 인생에 대한 이들만의 철학을 뚜렷하며, 그것을 영화로 기가 막히게 녹여낸다. 주연이 유일한 노인 역할인 토미 리 존스인 줄 알았는데, 사실 토미는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래이터와 같은 역할이었다. 극을 이끌어간 배우의 얼굴과 이름(조슈 브롤린)이 많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구니스에서 주인공 형 역으로 나왔던 배우였다. 잘 컸네.


철학적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는 영화지만 장면 장면의 배경, 구도, 대사들이 예술적이다. 굳이 어렵게 해석하려 들지 말고, 그냥 편하게 영화를 즐긴 후 평론가들의 해설을 보면서 정리는 것이 좋을 듯.


17. 너의 이름은 (Your name., 2016)

(★★ 2.0)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와이 슌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또한 이 영화의 교훈 중 하나는, 중고등학교 방학 때 청소년 관람가 영화를 보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란 것을 알았다. 옆에서 팝콘 부스럭거리고, 핸드폰 빛 테러하고, ost 따라 부르는 중삐리들 틈에서 혼자 양복 입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마치 화장실이 급해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다음 주유소까지 남은 거리 30km를 달려가는 기분이다.


18. 남과여 (A man and A Woman, 2015)

(★★☆ 2.5)

전도연은 연기만큼은 국내 여배우들 중 단령 탑이다. 그리고 아직 도깨비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니 공유가 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은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공유와 우리 평범한 민간인들은 다른 인종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얼마 전 와이프가 공유가 도깨비에서 입은 옷이라며 폴라티를 사 왔다. 내가 입어보니 그냥 도깨비였다. 패션의 완성은 기럭지다.


19. 블랙 (Black, 2005)

(★★★★ 4.0)

이런 영화는 극장 제일 뒷자리에서 봐야 한다. 감독은 관객들을 대놓고 울리려 하고, 관객들은 그 의도를 알면서도 대놓고 운다. 뻔한 스토리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이병헌, 전도연 급이었다. 인도는 수학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영화도 정말 잘 만든다.


20.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 4.5)

억지로 감동을 주려하지 않는다. 잔잔한 영.

영화 보며 눈물을 훔치는 것은 언제나 부끄러운데, 이 영화는 다 보고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부끄러울 것 같다.


21.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6)

(★★ 2.0)

바다도 무섭고 불도 무서운데, 바다에서 불이 나다니.

'분노의 역류'에 나오던 우리 커트 러셀 형님 많이 늙으셨구나.


22. 아기 배달부 스토크 (STORKS, 2016)

(★☆ 1.5)

아이들은 모아나가 제일 재미있었나 보다. 한 번 더 보여달라고 해서 파일을 찾아서 틀었더니 더빙 버전이 아니라 급 실망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달래고자, 바로 밑에 있던 우리말 더빙 버전 영화를 찾았다. 그게 이 영화였다. 그래, Warner Bros. Pictures 영화도 하나 봐야지.


제목에 아기란 단어가 들어가서 '굿 다이노' 수준의 평범한 전개를 기대했건만, 후반부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오히려 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뭔가 초조했는 듯. 그래도 쥬토피아의 나무늘보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의 늑대 무리들의 활약상은 뛰어났다.


23. 라푼젤 (Tangled, 2010)

( 1.5)

"지우, 지아야. 아빠는 머리가 30년째 스포츠라 머리 긴 사람들의 라이프를 잘 공감 못하는데, 우리 푼젤양은 헤어가 길어도 길어도 너무 길쟈나. 이 내용은 책으로 이미 많이 읽어줬는데 영화로까지 보는 건 고역이야."

그래서,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후반부엔 그냥 잤다.


24. 똥파리 (Breathless, 2008)

(★★★★☆ 4.5)

내가 이 영화를 왜 이제야 보게 되었을까. 혼자 보고 있는데 와이프가 들어오길래 서둘러 이어폰을 찾았다. 그랬더니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며 이어폰 괜히 끼지 말고 그냥 보라고 했다. 후회할텐데. 그래서 그냥 봤다. 와이프가 영화 대사를 좀 듣더니, 이어폰을 끼고 봐 달라고 했다. 대사의 절반이 어떻게 욕이냐며.


그건 와이프가 이 영화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절반이 아니라, 이 영화 대사의 80프로가 욕이다. 그것도 연기가 아닌 진짜 살아있는 찰진 욕. '양익준'이라는 주연 겸 감독, 말이 안 나온다. 그동안 양아치 연기의 갑은 류승범, 유오성, 연제욱 등이었다. 이들이 정말 양아치 연기를 잘했다고 하면, 양익준은 화면으로 들어간 진짜 양아치인 것 같았다.


역시 각종 외국 영화제를 휩쓸었구나. 엠마왓슨은 어떻게 알고 이 영화를 극찬했을까. 독립영화계의 레전드 영화!


25. 사우스포 (Southpaw, 2015)

(★★☆ 2.5)

복싱 영화는 다소 의무감에 보긴 다 보지만 생각보다 재밌게 본 영화는 별로 없다. 스토리보다는 원펀치씩 주고받고, 고개가 휙휙 돌아가고, 옆구리를 맞으면 온 몸이 쪼그라들고, 마지막 펀치를 맞고는 슬로비디오로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며 쓰러지는 복싱 시합 장면들이 항상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봤을 땐 1976년 작품인 록키1에서 실베스터 스탤론만큼 복싱을 잘하는 배우가 아직 나오지 않아 몰입이 잘되지 않기도 했다. 스탤론 형님은 당시 운동복은 촌스럽게 입었지만 진짜 중장거리 육상선수처럼 달리고 세계랭커처럼 샌드백을 쳤다.


너무 큰 성공을 거둔 '브로크백 마운틴'의 카우보이 게이 이미지를 벗고 싶어 하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은 역시 압권이었지만, 43승 무패의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 역을 맡기엔 복싱 실력이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복싱 비중을 조금 더 줄이는 편이 나았을 수도.


이 영화는 다운받고 나니 자막이 뜨지 않았다. 하지만 자막이 없다고 영화를 끊어버리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자막 없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후, 제이크 질렌할의 복싱 실력을 제외하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구나. 자막은 소중한 것이었다.


26. 어바웃타임 (About Time, 2013)

(★★★★☆ 4.5)

사우스포를 다 보고, 연이어 본 영화. 사실 사우스포에서 제이크 질렌할의 와이프로 나온 레이첼 맥아담스의 영화를 하나 더 볼 것인지, 아니면 이미 다운받아 놓은 이 영화를 볼 것인지 고민을 했다. 전문가들의 추천이 있어서 다운은 받아 놓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후속 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일단 자막이 뜨는지 확인했다. 자막은 소중한 것이니. 다행히 자막이 있었다. 그리고 자막 확인을 위해 본 30초 정도의 장면이 계속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등장한 여자 주인공이 바로 레이첼 맥아담스였다. 소름.


잠시 후 러브 액츄얼리에서 왕년의 인기가수 역으로 나왔던 Bill Nighy 아저씨도 나왔다. 그제야 감독 및 출연진을 한 번 살펴보았다. 아, 역시!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 작품이었구나. 역시 로맨틱 코메디의 대가답다. 이번에는 판타지를 조금 가미했는데, 섬세한 연출력으로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이 분은 감독으로서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지막 나래이션을 통해 친절하게 정리를 해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감동 이상으로 다가왔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만큼 영국의 자랑일 것 같다.


27. 그랜드 부다페스트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 3.5)

이 영화는 2014년에 분명히 봤는데, 자면서 봤는지 보다 말았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스키를 탄 사람을 눈썰매를 타고 쫓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억밖에. 영화를 몰아서 보고 있는 새싹으로서 이건 대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다시 봤다.


'웨스 앤더슨'이란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감독의 사진이 예사롭지 않았다. 감독치곤 너무 잘생기고 스타일리시하였다. 그래서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역시 영화 주연도 몇 번 했네. 본인이 잘생긴 걸 아는 감독인 듯.


두 번째 본 영화에서도 스키를 탄 사람을 눈썰매를 타고 쫓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장면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영화 속에서 <사과를 든 소년>이라는 미술 작품이 나오는데, 이 작품이 평범하게 보일 만큼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오히려 더 미술 작품 같았다.


나에게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로 꼽힐만한 작품일 듯.


28. 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

(★★★ 3.0)

오션스 일레븐을 본 2001년부터 "What else?"를 외치는 최근까지 나에게 가장 잘생긴 미국 배우는 조지 클루니였다. 그래서 날 보고 "누굴 닮은 거 같은데..."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지 클루니?"라고 개드립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라라랜드를 본 이후, 조지 클루니의 15년 통치를 끝내고 라이언 고슬링으로 잘생김 왕좌를 넘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킹메이커는 조지 클루니와 라이언 고슬링이 투톱으로 주연한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평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무조건 봐야지.


역시 잘생김이 폭발하는 영화였다. 중간중간 심장 쫄깃한 스토리들도 나오긴 했다. 다만 반년 넘게 막장 정치 스토리를 접하며 역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우리들에게, 이 정도 수준으로 물고 물리는 정치 스캔들은 고등학교 반장 선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29. 판도라 (Pandora, 2016)

(★★★ 3.0)

전날 밤 대전에서도 지진이 있었다는 기사를 본 다음 날 보게 되었다.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원전의 현실적인 위험성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소재가 신선했다.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의 한심함까지 다루고 있어 현 상황에서 꼭 필요한 영화다.


다만 난 선과 악을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내는 구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딥워터 호라이즌에서도 자본가로 대표되는 BP 직원들과 현장 책임자 간의 선과 악 구도를 너무 대비시켜 놓아 불편했는데, 판도라에선 더 극단적인 설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0분은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려 한다. 그것도 너무 과하게 신파가 전개되었다. 그런데 덴장, 눈물이 난다. 내가 졌다.


30. 빅히어로 (Big Hero, 2014)

(★★★☆ 3.5)

축하한다. 쟁쟁한 후보인 '굿다이노, 업, 마이펫의 이중생활, 아기배달부 스토크, 라푼젤, 모아나, 쥬토피아, 너의 이름은'등을 제쳤다. 애니메이션 중엔 제일 재밌게 본 영화.


31.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The Place Beyond the Pines)

(★★★★★ 5.0)

The Place beyond the Pines.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눈을 사고 싶다. 그 눈으로 내용을 모른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나의 첫 5.0 평점 영화.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고르는 능력 또한 탁월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더 칭찬하기 위해선 스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마음에 그저 "!" 느낌표 하나만으로 영화평을 대신한다. 특히 시놉시스를 모른채 보길 추천한다. 


런 작품을 만나기 위해, 밤마다 그렇게 영화를 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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