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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Yoon Jan 23. 2022

마음의 자리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마음은 공기와도 같다.

한번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또한 주변 환경에 따라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자동차 창문을 급히 올리는 이유는 터널 속 공기가 탁해서이고,

제주의 푸른 초원 길을 달리며 창문을 내리는 것은 공기가 깨끗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기가 더 탁하거나 더 깨끗한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거라고 믿는 것이다.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공기처럼 내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까?
그리고 '마음'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마음의 자리...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했다.
그의 스승인 플라톤과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보다 23살 더 많은 엠페도클레스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했다.

동양의 한의학에서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하고 뇌과학과 심리학에서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한다.

그래, 됐고-

중요한 건 나.

나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을 보기가 어려웠다.

...
싱숭생숭하다-!


요즘 이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무엇을 해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어디론가 숨어버린 느낌이랄까?

나는 그래서...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아 길을 걸었다.
공기처럼 주변 환경을 바꿔보면, 조금 더 발견하기 쉬울 것 같아서!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걷기 명상은, 지금 내가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된다."

"그저 걸음을 즐기라. 그저 걷는 것이다."

"마음다함과 집중은 즐거움과 통찰을 가져온다."


한 숲길 속에서 누군가가 친절하게 써놓은 글귀들을 곰씹어보며

그렇게 계속 걸었다.

청명한 하늘, 전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시원하게 그늘진 흙길 사이 어딘가에서

"드디어 날 찾았네! 왜 이제 왔어?"라며 반겨주는 마음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그렇게 걷다가,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었는데-

마음은 아직 혼자 더 있고 싶은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집에 돌아와 오랜 운전으로 피곤해진 몸만 침대로 향했다.
나의 마음-
조용히 눈만 감으면 항상 반겨주던 녀석이었는데 가출을 이렇게 오래하다니!


다행히 집 근처에도 걸을만한 곳이 있다. 남산 둘레길-

며칠 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립극장부터 남산 케이블카 입구까지에 이르는 왕복 6.8km 코스를 걸으며...

전나무 숲길에서 봤던 글귀에서처럼 "내가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면서" 걸었다.


땅에 발을 디딜 때 운동화에 느껴지는 탄성, 발바닥에서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 걷다보면 앞뒤로 흔들리는 팔과 어깨, 허리 근육의 긴장, 그리고 호흡 등 모든 몸의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계속 걸었다.


'아무 생각을 안해야지.'


생각을 멈추니 몸의 소리가 전해져 온다.
내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지만...


몸은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일까?

몸이 마음인가?

집을 떠나있던 건 '마음'이 아니라 바로 '나'였던 것일까?


"나의 마음"이라는 글씨에서 중요한 건 '마음'이 아니라 '나'인가?

피곤함을 느끼고 침대에 누울 때에도- 싱숭생숭하다고 느낄 때에도-

예쁜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찾고 있을 때에도-

몸은 언제나 함께였다.

마음을 찾아 떠났던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나 남산둘레길 곳곳에도-

내 몸이 있었던 자리에 마음도 항상 있었다.
지금 쓰여지는 언어 위에도 있다.


아차! 그런데
몸이 나와 함께 있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글쎄, 나의 의식이 몸에서 멀어질 때는...?
예를 들면 꿈을 꿀 때- 그때의 나도 몸과 함께있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소유가 곧 나의 존재라면 나의 소유를 잃을 경우 나는 어떤 존재인가?"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살짝 바꿔 말해,
나의 몸이 나의 소유라면 내가 몸을 떠나있을 때 나는 어떤 존재인가?
꿈꾸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의 마음도 나의 소유라면 내가 나의 마음과 멀어질 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

나의 몸, 나의 마음, 나 이렇게 세가지를 놓고 보면
몇가지 상황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나의 몸은 여기 있으나 마음이 어디론가 떠나 있을 때
2) 나의 마음은 여기 있으나 몸이 어디론가 떠나 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몸'을 단순히 물리적인 육체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 이상의 것이란? 객관적/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나의 현재 상황과 현실, 일상.


3) 나의 몸과 마음이 함께있을 때
4) 나의 몸도 마음도 멀리있을 때

물론 가장 좋은 것은 3번. 몸과 마음이 하나인 상태로,
이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벅찬 자신감, 설렘, 의지, 열정, 컨트롤 할 수 있는 힘,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몸과 마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대체 내 마음이는 어디에 있을까?

마음을 생각하느라 몸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몸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럼 마음을 찾는 대신, 몸을 먼저 찾아볼까?

오늘도 걸으면서 몸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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