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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진 Mar 25. 2024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농촌 유학 때 찾아온 새 생명

농촌유학 미뤄야 할까?


결혼할 때 내 나이가 노산의 막바지였기에 결혼하고 바로 큰 애를 가졌다. 곧 생체학적 노산 연령이었기에 출산을 앞당겨서 낳아보니 아이를 키우는 행복감은 더할 나위 없이 컸기에 자연스레 둘째를 원했지만 좀처럼 임신하기 어려웠다. 불임인가 보다 하며 지낸 어느 날, 배꼽시계 같던 생리가 멈췄고 헛구역질이 났으며, 볼륨감 없던 가슴이 보기 좋게 피어올랐다. 8년 만의 임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쳤다.  


그럼에도 내가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던 이유가 농촌유학을 가려던 때라서 이를 미뤄야 하는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어디서 아이를 낳는 게 뭐가 큰 일이겠냐마는 이주하려는 곳에 출산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을뿐더러 (내 나이를 고려해) 큰 산부인과를 찾아봤더니 차로 1시간 거리의 전주나 광주로 가야 할 판이었다. 긴 시간 고민해서 전북교육청에 농어촌유학 신청서를 내고 농촌 유학에 확고히 확신을 가졌지만, 새 생명이 걸려있으니 나의 결심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저울 위에 큰 애와 배속의 아이를 하나씩 올려놓고 뭐가 먼저일지 선택해야 했다.


순창에 오기 전까지 농촌유학 할지 말지의 내 결심은 오뚝이 인형과도 같았다. 농촌유학에 가겠다고 하다가도 1년을 미루겠고 내후년에 가겠다고 말을 바꾸기 일쑤였다. 때마침 1월에 내가 사는 인천에서 출산 지원금 1억 지원금이 나온다고 하니 농촌유학 안 가련다 하며 자포자기했다. 당시에 난 임신초기에 한참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아픈 손가락 큰 아들


그럼에도 나이에 맞는 학습과 성장마저 과제로 남아 악순환으로 이어질 큰 애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갈 모습이 그려졌고, 불현듯 내가 예전에 만난 고전소설 읽기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렸다. 그녀 딸 역시 느린 아이로 성장과 학습이 늦어지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기에 경쟁이 적은 곳에서 딸을 키우지 못한 게 후회라는 말을 남겼다. 내가 농촌가지 않으면 아들은 자신감 없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성과가 미약한 내 아이는 '난 항상 최선을 다했어!'라고 울부짖곤 했다. 어쩌면 학군지에서 느린 아이는 개미귀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끊임없이 허우적거릴 뿐일지도 모른다. 


내 의사결정의 기준이 아들에게 가자, 생각은 점차 바꿔갔다. 인천 송도에서 출산 병원까지 차로 30분은 걸리는데 순창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산부인과 가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남편이 매주 내가 있을 곳까지 내려오니 남편과 같이 병원에 가면 문제없을 듯했고, 갑자기 출산이 되면 119를 타고 병원에 가면 되겠지. 생각하니 그간의 걱정이 단숨에 사라졌다. 사람의 마음먹은 대로 생각이 달라진다더니 딱 그 말이 맞았다. 


출산 그리고 큰 애가 농촌에서 잘 지낼지 등 여러 불확실한 상황 나는 무슨 근거로 이런 큰 결심을 한 것일까? 학창 시절에 한적한 농촌에서 자란 아들이 어느 작가의 유년 시절처럼 시상이 되어 세상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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