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은 여러 나라의 책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씁니다. 지난 연구 기록을 살펴보며 이번 연구가 나아갈 길을 찾고,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면 실마리를 얻기 위해 옛 자료를 다시 들춰보기도 하죠. 때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 말로 쓰인 글을 내 논문에 붙임 하게 되는데, 문제는 대부분 연구자들이 번역말투를 그대로 옮긴다는 점입니다.
글자는 한글이지만, 말은 남의 나라 말투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쓴 자기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에 이릅니다. 애써 세운 연구 계획이 번역말투 하나에 방향을 잃거나, 글쓰기 자체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게 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내가 쓴 논문이 다음 연구자한테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면 두루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써야 합니다. “같은 분야 사람들은 다 안다”거나 “윗사람들이 한자말이나 어려운 말투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남이 세운 잣대에 맞추다 보면, 껍데기만 그럴듯한 글만 쓰게 됩니다.
‘번역말투’란 다른 나라의 말투나 문장을 어설프게 옮겨온 표현을 말합니다. 특히 논문에서는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있다', '필요성이 있다', '기한다', '기능한다', '-을 통해', '-되어진다', '-에 의해', '향한다'가 모두 번역말투입니다.
연구 용어들만 해도 어려운데 이런 번역말투까지 더해지면 글은 자꾸만 길어지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오히려 멀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제는 꼭 논문이 아니라도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이나 글에도 번역말투를 많이 씁니다. 학력이 높아지면 쓰는 말과 글도 더 올곧아야 할 텐데, 어째 길을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이 하는 말이나 글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말고, 나는 어떤 말과 글을 쓸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래에서 번역말투 몇 가지를 고쳐보겠습니다. 예문에는 고쳐야 하는 한자말투도 더러 있지만, 오늘 글은 번역말투가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고자 쓰는 것이니 건너띄도록 하겠습니다.
ㄱ. 국경을 넘어 이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입니다.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기업입니다.)
ㄴ. 이를 통해 봤을 때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위는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봤을 때 앞으로 기업이 사회에서 가질 책임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ㄷ. 신흥시장에 대한 전략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데도)
ㄹ. 글로벌화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를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는 점이다.)
ㅁ. 기업차원에서 지원해 주고 자원봉사하는 것을 통하여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차원에서 지원하고 자원봉사함으로써 지역사회와 협력한다.)
ㅂ. 교육 기회가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시키고
(→교육 기회가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넓히고)
ㅅ. CSR활동을 전개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CSR 활동을 할지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ㅇ. 뉴스에 따라 언론이 쏠리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으니
(→뉴스에 따라 언론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ㅈ.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여 결국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빚을 견디지 못해 결국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ㅊ. 한 컴퓨터가 공격을 받아 사라지게 되더라도
(→한 컴퓨터가 공격을 받아 사라지더라도 )
ㅋ.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발전되었습니다.
(→표현할 자유는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ㅌ. 우수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능력을 지녔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