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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애벌레

내가 그린 동그라미 안에

by 김보영


참새들은 탱자나무를 좋아한다. 가시들로 촘촘한 탱자나무 속에 있을 때는 세상에 무서운 게 하나 없는 듯 떠들어 댄다. 날마다 비슷한 시간에 그 앞을 지나는 오토바이만 봐도 짹짹짹 목청을 높인다. 그런다고 하루 내내 탱자나무에만 비비고 살 수는 없다. 먹이를 구하러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때를 기다리는 황조롱이가 가로등 위에 앉아 있다.


참새는 까불고 쫑쫑거리며 무리 지어 다니는 게 귀엽다. 그리고 황조롱이가 유유히 날다가 날카롭게 내리꽂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그래서 녀석들이 먹고 먹히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익숙하지 않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볼거리를 찾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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