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길이 가는 까닭
티 없이 맑은 유리알 같은 날이었다. 나무와 꽃과 토마토와 가지 같은 채소들이 나쁜 뜻은 하나도 없이 싱그럽게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다 짓뭉개고 싶어졌다. 눈길이 닿는 여기서부터 저기 끝까지 하나하나 검게 칠하는 상상을 했다. 들꽃을 불태우고 부지런히 살아 움직이는 다리들을 부러뜨렸다. 서로가 인사를 나눌 수 없게 날카로운 벽을 촘촘히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면 세상은 여전히 뽀얗고 곱상하게 인사를 나누고, 춤을 추는 듯했다.
“야! 어딜 봐. 사람이 왔는데!”
깜짝 놀라 아래를 보니 막둥이가 있었다.
“고것도 계절 타나 보다.”
엄마는 평상에 앉아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수건을 둘렀다.
“그럴 시간도 있고 좋겠다. 나는 이 집 머슴이 다 돼가는데.”
“머슴이라니! 아빠가 핸드폰으로 보고 있으면 ‘우리 막둥이가 어딜 봐서 머슴이냐! 인물로나 머리로나 어디 내놔도 안 빠진다’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치, 내가 무슨.”
막둥이는 툴툴대기는 해도 나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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