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
탱자나무에 사는 애벌레가 허물을 벗는 모습은 다시 보지 못했다. 그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쉽기는 해도 여린 잎사귀를 찾아 기어다니는 모습도 여전히 재밌었다. 어느 줄기를 타고 갈지, 어떤 이파리를 먹을지 고민하는 게 다 티가 나는 애벌레였다. 이제는 그마저도 볼 수 없게 됐지만 말이다. 며칠 전 애벌레는 자기를 가둬버렸다.
유난히 줄기가 굵고 짙푸른 잎사귀가 난 자리였다. 애벌레는 윗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더니 입에서 맑고 끈끈한 실을 뽑아 잎사귀와 줄기를 연결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자기 몸에 실을 휘감았다.
일이 끝났을 때 애벌레는 자기만의 방에 들어간 꼴이었다. 푸른색 몸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자, 방은 갈색에 가깝게 변하고 애벌레도 안보였다.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참새들 때문에 애벌레의 방이 마구 흔들리는 걸 내 눈으로 보면서도 왠지, 애벌레는 더 이상 거기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파리 몇 장은 순식간에 먹어 치우던 먹보가 며칠째 방안에 갇혀 꼼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제는 그만 기다려야 할까? 원래 이렇게 끝나나? 내가 한 눈판 사이 방에서 나와 다른 데로 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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