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깊은 밤 마당 가장자리를 둘러싼 수풀이 부스럭거렸다. 참새들이 몰려다닐 시간도 아니고 고양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수풀을 헤집고 다닐 것이 아니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한 것이 언뜻 보였다. 무엇이 됐든 마당으로 뛰어들 때가 기회다. 딱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녀석은 끝내 내가 아무 짓도 못 할 걸 눈치챌 거다.
“삐용삐용!”
녀석이 마당으로 발을 딛기 무섭게 잽싸게 수풀로 사라졌다. 덩치가 크고 빨랐다. 얼마 안 되어 돌아오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마당 한 가운데에 우뚝 섰다. 게다가 혼자도 아니었다.
-송이! 코코!
녀석들은 놀란 척도 안 했다. 오히려 내 쪽으로 다가와 입을 헤 벌리고 꼬리를 쳤다. 비닐하우스 안에 묶여있어야 할 녀석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송이는 아빠가 쌓아둔 장작 나무를 긁다가 장갑이나 양말을 물어뜯었다. 쓰레기통에서 뭘 자꾸 꺼내놓기도 했다. 코코는 기둥이란 기둥마다 오줌을 갈기다가 텃밭으로 가 상추에 똥을 싸놨다. 둘을 쫓다 보니 나도 정신이 하나 없었다.
두 시간쯤 지났다. 갑자기 송이와 코코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닐하우스 안으로 달려갔다. 환한 불빛이 마당으로 비쳐 들었다. 막둥이 자동차가 뿜는 불빛이었다. 막둥이가 손전등을 가지고 내리더니 녀석들을 불렀다. 아무 기척이 없자 한 번 더 힘주어 말했다.
“내가 이 밤에 사십 분을 달려서 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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